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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 요법’으로 팀원 무기력증 없애라
2017-10-23 | 고승연 에디터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여러분은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얼마나 업무에 몰입하고 계십니까? 사람이다보니 8시간 때론 야근까지 10시간 12시간을 내내 몰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 직장에서의 업무 몰입도는 많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실제 타워스왓슨 조사 결과를 보면 지속적으로 몰입하는 직장인 비율이 한국은 16%에 그쳐, 전 세계 평균치인 35%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즉, 한국에서는 10명 중 8명 이상은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업무에 깊게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많은 기업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즉흥적인 사내복지 제도 확충이나 이벤트, 물적 보상 등 단기적 효과만 내는 정책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몰입도 저하는 관리자 입장에서 조직 경쟁력 저하 우려를 낳습니다. 또 직원들 입장에서도 몰입도 저하가 야근으로 이어져 피로 누적이 다시 몰입도 저하를 낳는 악순환을 가져오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몰입도 향상을 위한 참신한 대안이 실려 주목을 끌었습니다. 신경과학과 경영학을 연계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 학계의 주목을 받은 폴 자크 클레어몬트대학원 교수는 ‘신경과학으로 본 신뢰: 직원 몰입도를 키우는 경영방식’이라는 제목의 아티클을 통해 몰입도 상승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신경과학 분야의 실험들을 종합해보면, 사람들은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이 많이 분비될 때 다른 이들을 더 신뢰하고, 더 신뢰할 때 옥시토신이 또한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즉,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나는 관계, 신뢰가 강한 관계와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몰입도가 76%나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첫째, 탁월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신경과학 이론에 따르면, 누군가의 업적을 인정해주면 신뢰도 상승에 도움이 되는데 특히 효과가 극대화되는 타이밍이 있다고 합니다. 즉 목표를 달성한 직후, 구체적인 내용으로 뜻밖의 타이밍에 공개적으로 해주면 아주 극대화된다는 겁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술서비스 업체인 배리-외밀러 컴퍼니는 직원간 상호 신뢰도가 아주 높습니다. CEO를 비롯한 임원진은 80개의 공장별로 직원들이 매년 최고의 직원을 스스로 선정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수상자는 발표전까지 비밀에 부쳐지고요, 발표 당일에는 축하행사를 위해 공장 문을 닫기까지 합니다. 당사자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수상자로 선정된 직원의 가족과 친한 친구들이 초대됩니다. 직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축하행사에 참여하고, 공장 임원들은 수상자의 공헌 내용을 기록한 선정 사유서를 읽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요건을 다 충족하지요? 괜히 직원간 상호신뢰도가 높은 게 아닌 듯 합니다. 둘째, ‘도전 스트레스’를 받게 해야 합니다.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어렵지만 성취가능한 일’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서는 안되고, 그렇다고 정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쉬운 일이어서도 안 됩니다. 이 ‘적당한’ 스트레스가 사람의 집중력을 높이고 옥시토신 등을 분비한다고 합니다. 물론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주어지는 업무는 모호하거나 달성 불가능해서는 안 됩니다. 모호하거나 달성 불가능하면 직원들은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합니다. 사람들이 회사에서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지를 연구한 유명한 하버드대 연구가 있는데요, 칭찬받거나, 승진할 때 가장 행복할 것 같은데요,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통념과는 달랐다고 합니다. 연구대상의 76%는 ‘회사에서의 최고의 날’로 승진이나 보상이 아니라, 자신이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업무상 진전, 즉 ‘progress’가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줬다고 합니다. 세 번째,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재량권을 줘야 합니다. 가능하면 직원 각자의 방식대로 사람을 관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서 좌충우돌 하면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믿어주는 건 큰 동기부여가 되고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신뢰가 바탕에 깔리기 때문입니다. 2014년 시티그룹과 링크트인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거의 절반에 이르는 직원들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재량권이 늘어나면 20%의 봉급인상도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미국 정부는 5년 동안 돈을 쏟아부어 미국 3대 자동차 업체들을 통해 국방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방침을 바꿔 모하비사막에 만든 코스를 무인자동차로 10시간 안에 완주하면 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더니 2년 만에 스탠퍼드대 공학도들이 성공적으로 이를 해냈습니다. 재량권, 자율성, 신뢰가 주는 놀라운 몰입의 성과였습니다. 넷째, 잡 크래프팅을 가능하게 하고 정보를 광범위하게 공유하도록 해야 합니다. 잡 크래프팅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스스로 변화시켜 일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활동인데요, 신뢰를 높이는 세 번째 원칙인 재량권을 줘야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일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게 회사가 직원들에게 믿음을 보여주면 직원들은 스스로 가장 관심 있는 분야에 에너지를 집중하게 된다는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토마토 생산업체인 모닝스타컴퍼니 직원들은 직위도 없이 팀을 스스로 만들면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게임소프트웨어 기업 밸브는 직원들에게 바퀴가 달린 책상을 제공해 ‘흥미’와 ‘보람’이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장려한다고 합니다. 물론 직원들이 새 그룹에 참여할 때 명확한 기대치가 설정이 되고 끝난 뒤에는 상호 다면평가가 이뤄져야하는 건 기본입니다. 그리고 이런 잡 크래프팅이 가능한 조직이 되려면 정보가 광범위하게 공유돼야 할 것입니다.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이 모호하면 만성 스트레스가 생기고 옥시토신의 분비가 억제되면서 팀워크에 걸림돌이 생깁니다. 한 연구는 195개국 250만개 팀을 조사했는데, 관리자가 어떤 형식으로든 매일 직속 부하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정보를 공유해주면, 직원들의 몰입도가 개선됐습니다. 다섯째, 의도적으로 인간관계를 만들고 전인적인 성장을 촉진해야 합니다. 직장에서 친구 사귀고 교제하는 일. 고리타분한 상사들은 아마 ‘직장이 친구 만나는 곳이냐’면서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말입니다. 신경과학 연구 결과, 직장에서 의도적으로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면 성과가 향상된다고 합니다. 옥시토신 활성화와 관련이 깊다고 하는데요, 친구가 된 동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신뢰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몰입을 더 한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신뢰도가 높아진 직장은 개인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의 교육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이 성장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신뢰도 높은 조직문화가 형성돼 직원들의 몰입감도 높아진다는 얘깁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원칙 하나가 더해집니다. 바로 취약점을 드러내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신뢰도가 높은 직장의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그저 일을 시키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도움도 청한다고 합니다. 연구결과,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면 그 사람의 옥시토신 생성을 자극해 신뢰와 협력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 레드햇의 CEO는 “내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생각했던 것과 반대로 큰 도움을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된다는 거죠.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남과 협력하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충동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신경과학 이론과 실험에 기반해 발견한 ‘신뢰를 쌓아서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원칙 혹은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양한 기업의 사례, 여러 설문과 연구 결과가 나와서 다소 복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업무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뢰가 강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아주 자세히, 그리고 공개적으로 탁월함을 인정하고 보상해주되, 적절한 수준의 도전 스트레스가 생기도록 업무를 주는 한편 업무 자체에 대해서는 재량권을 갖도록 하는 겁니다. 또 본인이 자발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하고, 동료들과 친분을 쌓고 개인적인 성장을 하는 것을 오히려 독려하는 겁니다. 그리고 리더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약점을 드러내면서 도움을 청하는 겁니다. 모든 걸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내 조직, 내 회사에 맞는 것, 실현 가능한 방법과 원칙들부터 바로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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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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