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여러분 최근 몇 년 새에 ‘크라우드 소싱’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으셨을 겁니다. 먼저 사전적 정의부터 보면 대중, 즉 크라우드와 아웃소싱의 합성어인데요, 대중들의 참여를 통해 솔루션을 얻는 방법이라고 돼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문제를 공시하고 대중들이 솔루션을 찾아 제공하게 되고, 이에 대한 보수가 다시 제공되는 방식이죠. 2006년 유명한 IT잡지 와이어드> 기사에서 나온 단어라고 하는데, 사실 기업들도 이미 예전부터 사용자 커뮤니티 등이 귀중한 제품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에서 군중 혹은 대중의 지혜를 이용하는 방식이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이 연구를 얼마 전 짧게 소개했습니다. HBR프리미엄에이 의미있는 통찰을 주는 최신 연구 결과의 주요 내용을 상세히 소개해드립니다. 그 흥미로운 논문 내용 속으로 들어 가보겠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이 논문을 소개하면서 요약한 논문의 핵심 주장은 “단지 제품이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탄생했다고 밝히기만 해도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건 무슨 얘기일까요? 먼저 이 내용을 말씀드리기 전에 왜 연구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부터 살펴보는 게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최근 여러 마케팅 학자들이 발견해 낸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에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즉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소통하는 방식 특히 전달하는 메시지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호가 바뀔 수 있다는 거죠. 그냥 이렇게 들으면 굉장히 막연한 얘기 혹은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유기농 식품 같은 경우에, 사람들이 그 식품이 ‘유기농’이라는 걸 인지하고 먹었을 경우에는 더 맛있게 느낀다고 합니다. 또 수제 제품도 ‘수제품’이라고 제품 설명이나 표에 붙여 놓으면 소비자들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끼고요, 엔진의 경우 ‘독일제’, 와인은 ‘프랑스산’, 파스타는 ‘이태리산’이라고 붙여놓는 순간 사람들은 ‘더 품질이 좋다’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더 좋은 품질이라고 느낀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논문의 연구진은 이런 심리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기획돼 만들어진 제품에도 통하는 지 알아보고자 한 겁니다. 이들이 연구한 사례는 흔히 우리나라에서 ‘무인양품’으로 불리는 무지 케이스입니다. 브랜드가 없는 제품으로 유명한 무지의 두 제품군에서 각각 하나씩 케이스를 뽑아내서 연구를 진행합니다. 제품의 특성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도 있기에 전자제품군과 식품군을 나눠서 각각 연구합니다. 전자제품군에서는 무지에서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만들어낸 보안 경보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조사했고요, 식품군에서는 역시 크라우드 소싱으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 낸 콩맛 스낵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는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무지 매장에서 가판대에 각 제품을 올려놓고,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했습니다. 즉 아무 라벨 없이 제품을 올려놓기도 하고 ‘소비자가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라벨을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반복적인 실험 결과, ‘소비자가 아이디어를 낸 제품’이라고 라벨을 붙여놓은 경우, 전자제품과 식품 모두 20%까지 판매실적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계속 조사를 진행하면서 그 선호 이유에 대한 답을 찾아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는 ‘크라우드 소싱을 통한 제품의 질이 더 좋을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는 겁니다. 사용자들이 다른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실질적이면서도 독자적인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소비자들이 생각한다는 거죠. 그래서 일반 소비자들은 크라우드 소싱 제품이 더 좋을 것이라고 추측한다는 겁니다. 앞서도 설명했든 ‘수제’라고 붙으면 왠지 더 정성이 들어가 품질이 좋을 것 같고, ‘유기농’이라고 붙여놓은 농산물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죠. 독일제 엔진이라고 하면 더 튼튼하고 힘이 좋다고 느끼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 예측하고, 프랑스산 와인이라고 하면 더 향이 깊고 맛있다고 ‘긍정적 편견’을 갖게 되고 실제 그에 따라 맛도 그렇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디자인되거나 기획된 제품의 경우, 라벨을 떼고 회사 내 기획자/디자?犬却?의한 것인지 크라우드에 의한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평가할 때에도 약간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첫 인상적인 평가이기에 완전한 것일 수 없지만, 크라우드의 힘이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큰 효과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기업들에게는 분명히 시사점이 큰 부분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일단 지금까지 국내외 기업들은 ‘크라우드 소싱’이라고 하면 아주 유용한 혁신툴, 제품 기획의 도구라고만 생각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커뮤니티에서 제공되는 여러 아이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히트상품을 내놓고 있는 레고가 대표적인 성공사례였습니다. 국내 경영지식 전문지 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사례로 다뤘던 밀폐형 용기 업체 락앤락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많은 혁신을 일궈냈습니다. 커뮤니티를 열심히 관리하고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그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해서 다시 성공시켜왔단 거죠. 그런데 이 연구를 통해 크라우드 소싱이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도 중요한 차별화 지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도출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말합니다. “크라우드 소싱은 더 좋은 신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바람직한 경로가 될 뿐만 아니라 마케팅 담당자들이 경쟁제품과 차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입니다. ‘공돌이 갈아넣기’, ‘디자이너 혹은 프로그래머 갈아넣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소수의 전문인력에게 짧은 시간만을 주고 ‘혁신적인 제품’ 혹은 ‘혁신적인 제품을 따라잡는 제품’을 만들어내라고 요구하는 측면을 꼬집은 표현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로 연결돼 제품에 대한 품평을 내놓고 개선사항을 말하며 원하는 신제품과 혁신에 대해 토론하는 시대인 지금 크라우드 소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아봤듯이, 그렇게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얻어 생산과 제공을 하게 되면 비단 ‘좋은 제품과 서비스’, 혁신적 제품만 나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 방법을 통해, 즉 대중의 아이디어와 기획을 통해 제품이 생산됐다는 사실을 알리고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순간 마케팅 차원에서도 놀라운 성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이제 알게 됐습니다. 물론 기업 특성이나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징에 따라 이런 방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만약 가능한 산업군에 있다면, 그런 비즈니스 영역에 속해있다면 진지하게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하고 심지어 마케팅에서 차별화하는 방법까지도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논문의 연구진이 밝힌 마지막 말로 끝맺음 할까 합니다. “우리는 곧 ‘유기농’이나 ‘수제’같은 흔한 라벨 옆에 ‘소비자가 아이디어를 낸 제품’이라고 인쇄된 라벨을 보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