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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 누이는 어떻게 디자인 씽킹을 전략으로 변모시켰나
2015-11-05 | 정언용 에디터

1990년대 후반 100년 콜라전쟁에서 코카콜라가 펩시를 확실히 이겼다는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10여 년이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대역전극이 펼쳐집니다. 시가총액, 순 매출, 마켓셰어, 직원 수 등에서 펩시코가 우위를 점합니다. 외식분야 매각, 웰빙 음료 준비 등 여러 전략적 판단을 통해 펩시는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뗍니다. 그동안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펩시코 변화의 중심에는 인도 출신인 인드라 누이 펩시코 CEO가 있습니다. 누이는 Design Thinking을 토대로 차별화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누이 CEO가 펩시를 디자인 위주 회사로 변화시키려는 노력,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그리고 디자인이 갖는 의미, 성과 등을 HBR 편집장이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누이가 펩시코 CEO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습니다. 그렇지만 9년 동안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면서 꼼짝하지 않던 주가도 다시 올라가게 됩니다. 그녀는 펩시 혁신의 무기로 ‘디자인 씽킹’이란 칼을 빼들었습니다. 누이 CEO는 어떻게 조직에 디자인 씽킹을 효과적으로 접목시켜 경쟁력을 키웠을까요? 누이는 부하직원들에게 빈 사진앨범과 카메라를 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되면 사진을 찍어오라고 지시했습니다. 6주 후 아주 소수의 사람만 앨범을 제출했습니다. 그나마 대부분은 좋은 디자인이란 겉모습이나 포장이 예쁜 것 정도로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누이는 “포장은 돼지에 립스틱을 바르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돼지 자체를 예쁘게 디자인하는 게 진짜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이죠. 그래서 누이는 디자이너를 영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군요. 숙고 끝에 3M에서 유사한 일을 했던 모로 포치니를 펩시 최초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스튜디오와 설비 및 인력 지원, 그리고 임원회의 참석 등 그의 요구사항을 전폭 들어줬다고 합니다. 누이는 또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정립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포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대상이 되어야 하고, 또 제품 구상부터 진열, 제품 사용 후 경험까지 소비자의 ‘경험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판매기의 경우 외관만 예쁘게 꾸미는 게 디자인의 전부가 아닙니다. 대신 펩시는 기계와 사람 사이의 근본적인 상호작용을 연구했습니다. 그래서 자판기에 아이패드를 붙여놓은 것 같은 새로운 형태의 ‘펩시 스파이어’를 선보였습니다. 이 자판기는 소비자에게 말도 걸고 의사소통도 합니다. 과거 구매 내역을 추적해 지난번 시도했던 맛의 조합을 알려주고 새로운 맛도 추천해줍니다. 예를 들어 자판기와 상호작용하면서 라임이나 크랜베리 맛을 선택하면 음료 혼합 과정을 고객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고객의 구매 전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누이가 소개한 도리토스 스낵의 디자인 혁신 사례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당초 여성을 위한 도리토스 신제품을 개발했는데 사이즈를 줄이거나 핑크색 가방에 과자를 넣어 여성 고객을 공략했습니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았다는군요. 여성 고객을 관찰해보니 실마리가 나왔습니다. 여성들은 남성처럼 남은 과자를 입안에 털어 넣지 않습니다. 남성처럼 손가락에 붙은 과자 부스러기를 옷에다 닦지도 않았죠. 청결을 중시하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 것이죠. 그래서 중국 시장에서 서랍을 열고 플라스틱 쟁반에서 손쉽게 과자를 집어먹을 수 있게 디자인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적게 나게 만들었고요. 여성 고객들은 당연히 신제품을 선호했습니다. 선칩 사례도 재미있습니다. 고객 조사를 해보니, 선칩 사이즈가 가로 세로 모두 약 2.5cm 정도로 한 입에 넣기가 힘들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조공정을 보니 제품 틀 때문에 더 줄일 수 없었습니다. 누이는 당연히 고객의 요구에 맞게 제조 공정을 수술했습니다. 회사의 목표는 제조 공정이 아니라 어떻게 고객이 그 제품과 사랑에 빠지도록 만드느냐이기 때문이죠. 마운틴듀 같은 음료도 과거 같으면 새로운 맛의 신제품만 선보이려 했을 텐데 디자인 사고를 하고 나서는 맛뿐만 아니라 슬림한 외형까지 바꿔 ‘마운틴듀 킥 스타트’를 출시했고, 여성층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2년 안에 2억 달러어치를 파는 이례적 성과를 냈답니다. 누이는 디자인을 통한 변화관리(Managing Change)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는 모로라는 디자인 적임자를 찾았고, 회사 전반의 조직문화를 재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미팅에서부터, 업무 과정 초반부터 디자인을 포함시키는지, 디자인 영향받은 혁신이 얼마나 투입되는지를 자세히 관찰합니다. 인도에서 자라 대학까지 졸업하고 글로벌 기업의 최고 수장에 오른 인드라 누이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합니다. “제게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항상 얘기하는 반항아적 기질이 여전히 있어요.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건강한 두려움, 다른 누구보다도 더 빨리 변하고 더 기민하게 움직여야만 승리한다는 확신을 품은 채 매일 아침 눈을 떠야 합니다” 조직 변화와 혁신에 대해 누이의 경험은 큰 교훈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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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언용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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