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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센티브 어떻게 정해야 합리적일까
2017-11-16 | 최한나 에디터

2011년 9월 미국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시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2008년 발생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금융회사들을 살리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입했지만 정작 금융회사들은 보너스만으로 200억 달러를 나눠 갖는 돈 잔치를 계속 벌이면서 공분을 산 데서 기인한 시위였는데요, 이를 계기로 CEO들이 받아가는 천문학적 규모의 연봉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많이 나왔습니다. 기업의 임원들에게 어떤 보상 체제를 적용할 것인가 하는 이슈는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체로 많은 기업이 기본급을 정해놓고 실적에 연동되는 인센티브를 더해 주는 방식을 취하는데요, 이 인센티브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는 기업의 성과, 나아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도를 지닙니다. 단순히 기업 수익에만 연동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기업 리더들은 단기 수익이나 주가를 부풀리는 데만 급급해 중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연구개발이나 인재 양성에 소홀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매출인식 시점을 앞당기거나 지출 시점을 뒤로 미뤄서 성과를 조작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리더들에게 적절한 당근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올린경영대학원 교수들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7년 9-10월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첫째, 복합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임원들에게 하나의 목표만 설정해주고 이에 따라 성과를 측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신경 써야 할 목표가 하나뿐이라면 CEO는 한결같이 그 목표 달성에 보탬이 되는 결정만 내리겠지요. 예컨대 주당순이익, 즉 EPS가 인센티브를 좌우하는 단일 기준이라면 CEO는 오로지 EPS올리는 데만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EPS와 매출, 신제품 출시, R&D투자규모처럼 여러 개의 목표를 동시에 정해두면 CEO가 조작할 가능성도 줄고, 좀 더 복합적인 시각에서 회사 운영을 바라볼 수 있겠죠. 둘째, 성과에 비례해 보상이 늘어나는 구조를 도입합니다. 리더들은 대체로 최저 기준을 넘길 때까지는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다가 목표 달성 지점을 넘기면 거액을 한꺼번에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보상 구조는 성과 조작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성과가 목표에 근접한 경우 조금만 더 늘리면 거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목표를 맞추려고 노력하려는 유인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단 목표치를 달성하고 나면 추가로 노력을 기울일 유인은 약해지고 맙니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성과는 목표치 주변을 맴돌고 말지요. 더 잘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따라서 성과에 비례해 인센티브 규모도 증가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목표를 달성하면서 함께 늘어나기 마련인 리스크도 성과급을 결정하는데 반영해야 합니다. 셋째, 경쟁업체와 비교해 성과를 보상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절대적인 목표를 설정해놓고 CEO의 인센티브를 결정합니다. 이건 분명 상대 평가에 비해 상당히 편리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전년 대비 매출이 2% 증가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정해져 있다고 해보죠. 동일업종 경쟁사들의 매출이 평균 7% 증가했는데 우리 회사 CEO가 2%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면 그는 인센티브를 받을 겁니다. 하지만 동종업계 경쟁사들의 매출이 3% 줄어들었을 때 우리 회사 CEO가 1.5% 증가시켰다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겠죠. 상대적인 목표 설정은 이런 함정을 피하도록 해줍니다. 실제 성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경쟁업체의 성과를 알 수 없으므로 조작도 훨씬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상대적인 목표를 설정할 경우 어떤 경쟁업체를 비교 대상으로 삼을지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가 성숙한 산업의 대표주자라면 큰 경쟁업체들을 주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중이라면 같은 업계의 소규모 신생업체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넷째, 비재무적 목표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고객이나 직원들의 만족도 같은 척도들이 대표적입니다. 기업 리더가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얼마나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지,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충실하게 지켜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죠. 이미 많은 기업들이 비재무적 목표를 리더 평가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에어그룹은 고객만족도를, 캠벨수프는 직원평가를 CEO평가항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원칙들을 모두 지켜가며 인센티브 지급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생각해보고 노력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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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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