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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효과적 사과
2015-11-09 | 장재웅 에디터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위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기업은 이런 위기를 잘 극복하지만, 어떤 기업은 위기 이후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이를 가름하는 중대한 계기는 경영진이나 조직의 ‘사과’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요가복 업계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은 언론 인터뷰 도중에 “요가 바지가 일부 뚱뚱한 여성의 체형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말실수를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제 불찰로 고통을 안겨줘 유감스럽다”는 내용의 사과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사과 이후 더 호된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말로 상처를 입은 여성이 아니라 블루레몬 직원들에게 사과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조직은 큰 타격을 입습니다. HBR은 ‘The Big Idea'코너에서 효과적인 사과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HBR은 언제 사과를 해야 하는지 결정할 때 도움이 되는 4가지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위반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있었다면 신속하게 기업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1999년 벨기에에서 발생한 코카콜라 사태가 좋은 예입니다. 당시 벨기에에서 한 학생이 코카콜라를 마신 후 복통을 호소했고 며칠 동안 수백 명이 같은 증상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벨기에 공장에서 병을 밀봉할 때 불량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고 다른 음료는 모두 안전하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코카콜라 입장에서는 결정적인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 표명이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결국 1주일 후 코카콜라는 문제의 음료 5000만병을 회수하고 CEO가 직접 사과하기에 이릅니다. 진상 조사가 진행 중이라도 고위 임원이 적극적으로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고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악화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위반 사항이 그 기업의 핵심적인 내용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다면 이는 핵심 위반사항이므로 즉각 사과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핵심 위반행위가 아닐 경우에는 꼭 사과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셋째로 대중의 반응도 체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나이티드 항공 승객 한 명이 수화물 운송 과정에서의 기타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는데 회사가 이를 제대로 이를 보상해주지 않았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수많은 고객 가운데 한 명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해당 고객은 ‘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쉈네(United Breaks Guitars)'란 노래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고 무려 1400만명이 이 동영상을 봤습니다. 특히 거대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위반행위를 했다면 사소한 일이라도 대중들의 관심도는 매우 높아집니다.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사안이라면 재빨리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마지막으로 기업에 변화의자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기업이 행동 변화의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다면 사과 메시지는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앞의 4가지 질문을 통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제대로 사과하는 것입니다. 어설픈 사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올바른 사과의 기본 틀로서 기업은 사과의 5대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사과의 5대 요소는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어떻게 입니다.먼저, ‘누가’입니다. 누가는 사과의 주체를 의미합니다. 심각하고 핵심적인 위반행위일수록 고위직이 사과해야 합니다.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은 고객 정보를 유출했을 때, CEO가 즉각 사과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고 책임자, 오너의 사과가 있으면 여론이 한결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과의 주체 및 대상이 정해졌다면 사과의 내용도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을’ 단계입니다. 이때는 3가지 목표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솔직함, 뉘우침, 변화의지 가 그것입니다. 2006년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기능을 선보였다가 기능에 대한 사용자의 불만과 우려가 폭주하자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우리가 이 일을 완전히 망쳤습니다”로 시작하는 완벽한 서면 사과성명을 발표해 사태를 한번에 진정시켰습니다.특히 변화의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거나 담당자를 경질하는 등의 초지는 변화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 중 하나입니다. 사과의 5대 요소 중 어디서는 사과 창구를 무엇으로 할지를 뜻합니다. 기자회견 방식으로 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해 SNS 등에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인명사고처럼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사안이라면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사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005년 사우스웨스트 소속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면서 사망 사고가 나자 CEO가 직접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부상자 병원을 방문하며 몇 번이나 사과를 했습니다. 이런 세심함은 오히려 찬사로 이어지기도 했답니다.사과를 언제 할지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좋은 사과는 신속함이 생명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과도 때를 놓치면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과를 하는 방식 역시 사과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보통의 경우 서면으로 준비된 성명서를 읽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즉흥적인 사과가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 본 사과의 5대 요소를 바탕으로 기업은 어떤 종류의 위반행위에 대해 사과할지, 그리고 어떻게 사과할지에 대해 미리 매뉴얼을 만들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핵심적인 위반행위일 경우 사과의 모범 답안은 “고위 리더가 가능한 신속하게 대중에게 널리 노출되는 창구를 통해 깊은 진심을 담아 확고한 변화의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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