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여러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기억하시나요? 톰 크루즈가 주연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2002년작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2054년 가상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요, 톰 크루즈는 범죄자를 추적하는 경찰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경찰은 아닙니다. ‘프리 크라임’ 추적팀이라고 해서요, 범죄가 일어난 후가 아니라 범죄가 일어나기 이전에 범죄자를 체포하는 것이 일입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영화에서는 일종의 초능력자 세 명이 있어서 이들이 범죄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일어날지를 미리 알려준다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이 예언자들이 가끔 틀린 예언을 할 때가 있다는 게 문제죠. 개봉 당시에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로 치부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예측 기술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달했습니다. 아마존 같은 기업은 일정 지역에서 어떤 물건의 주문이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들어올지를 미리 예측해서 그만큼 재고를 준비해놓습니다. 소비자 개인 차원에서도, 누가 어떤 물건을 언제 살 확률이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얼굴 인식 기술과 AIO를 이용한 범죄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려 준비중입니다. 개인정보와 감시 카메라를 이용해서 개개인의 움직임과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분석해서 범죄자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식칼을 샀는데 그 다음 망치나 봉지, 로프 등을 구매한다면 수상한 사람으로 판별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처럼 정확한 예측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됐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또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가상공간 디스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극중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에 스크린을 여러 개 띄워놓고 손을 휘져어가며 화면을 다루는 모습을 기억하실 텐데요, 2002년 당시에는 이것 역시 상상에서나 가능한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가상현실, VR기기들과 3차원 프로젝터 등이 나오면서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가 됐습니다. 아직 상업적 가능성은 미지수이지만요. 지금까지 길게 영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할까요? 놀랍게도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은 필립 K.딕이라는 SF작가가 1956년 발표한 소설입니다. SF 작가들은 반세기도 더 전에 미래 사회를 미리 예측했다는 것인데요, 이 외에도 공상과학에서 정확하게 미래사회를 예측한 모습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SF 작품이 중요한 이유는 신기술뿐 아니라 그 신기술로 인해서 변화되는 사회상을 그려본다는데 있습니다. 휴대전화, 컴퓨터, 인공위성, 무인자동차 등의 기술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사내에 다 미래전략실이나 CTO조직을 두고 미래 기술과 산업 동향 예측을 상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 기술이 구체적으로 우리 삶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대해서는 공상과학 작가들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비즈니스리더들에게 SF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얼마 전 다니엘 수아레스라는 작가가 발표한 ‘체인지 에이전트’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생물학의 발전으로 인해서 모든 산업분야가 재창조되는 미래를 그립니다. 등장인물들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공 고기를 구워먹고, 키틴질 소재로 만든 자율주행차를 탑니다. 그런데 이런 혁신은 실리콘 밸 리가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벌어집니다. 미국은 FDA의 규제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죠. 또 킴 스탠리라는 작가는 ‘뉴욕 2140’이라는 작품에서 해수면 상승을 다루는데요, 맨하튼 지역에 홍수가 나고 금융시장에서는 조석간만의 높이에 투자를 하는 시장지수가 새로 만들업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 될 수록 세계 경제는 소수의 메가 시티에 집중되게 되구요, 그에 따라서 산업 및 도시 인프라 재설계가 긴급한 우선과제로 떠오릅니다. 이런 시나리오들은 10년 후, 20년 후 우리 산업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일종의 실마리를 줄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전자책 리더 킨들을 만들 때 ‘다이아몬드 시대’라는 SF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 휴대폰은 TV드라마 ‘스타트렉’에 등장한 통신기기에 모티브를 뒀다고 알려져있고요, 모 대선후보가 인용해서 화제가 됐던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는 1984년 작품인데 여기서 벌써 ‘사이버 스페이스’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습니다. SF를 그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상상이라고 넘기기 쉽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것언 전부 현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미래 예측이라는 측면에서만 유용한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꿔주기도 합니다. 코닥은 이미 1975년에 디지털카메라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필름 카메라에 대한 기존의 가정이 너무 확고해서 이 기술을 가지고 돈을 벌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진정한 리더라면 이렇게 기존 가정을 맹신해서는 안되겠죠. 이럴 때 SF가 무궁무진한 가치를 줄 수 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기업을 아예 SF작가를 전속 컨설턴트로 채용한다고 합니다. SF는 우리를 생각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고민하게 해줍니다. 업계 동향을 다룬 보고서나 각종 백서 같은 것을 읽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서점의 SF코너에 있는 책 한권을 집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