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mium > HR/리더십
미국인 상사가 한국인 상사보다 더 독재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2017-12-14 | 이방실 에디터

안녕하세요, 이방실입니다. 흔히 한국이나 일본의 조직 문화에 대해 권위적이라거나 위계질서가 강하다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반면 미국의 조직문화는 수평적이고 평등하다고들 하죠. 요컨대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다는 건데, 일반적으로 틀린 평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직문화가 의사결정 방식에도 똑같이 투영될까요? 즉, 위계적인 조직문화일수록 리더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평등한 문화일수록 구성원들간 집단적 합의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질까요? INSEAD의 에린 메이어 교수는 최근 Harvard Business Reivew Korea에 게재한 아티클을 통해, 반드시 그런 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죠. 메이어 교수는, 지난 몇 십년 간 미국 기업문화는 더욱 평등적으로 변했지만, 정작 의사결정 방식은 특정 개인, 즉 리더 한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경향이 더 커졌다고 평가합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은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선호합니다. 그렇다보니, 조직 구성원들끼리 서로 다른 의견을 일일이 조율하며 컨선세스를 이루려고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최종 결정은 보스가 내리고, 아랫사람들은 이를 따르는, 소위 top-down식 의사결정이 대세가 돼 가고 있다는 거죠. 바로 이런 측면이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입니다. 앞에서 회의를 할 때는, 마치 “철수야” “영희야” 식으로 편하게 이름을 부르라고 하고, 자유롭게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라고 해 놓고는, 정작 뒤에서 의사결정은 보스가 독단적으로 내릴 때가 비일비재하니까요. 이런 혼란은 메이어 교수가 인터뷰한 한 일본인 관리자의 육성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 사람은 미국 미쓰비시에서 미국인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는데요, “도대체 미국인들은 사람을 너무 혼란스럽게 해서,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일본 직원이 이렇게 미국식 기업문화에 혼란을 느끼는 건 리더십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측면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메이어 교수는 지적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측면이란, 바로 권위에 대한 태도와 의사결정에 대한 태도를 말합니다. 우선 권위에 대한 태도는 앞서 말한 조직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조직원들을 대할 때 일방적으로 무엇을 지시하는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태도를 가진 리더인지, 아니면 현장의 소리를 중시하고 360도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는 수평적이고 평등주의적 태도를 가진 리더인지를 뜻합니다. 이 외에 리더십의 또 다른 측면인 의사결정에 대한 태도는, 리더 혼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top-down방식인지, 아니면 다른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인지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두 가지 측면을 놓고 보면, 2x2 매트릭스에 따라 리더십 문화는 크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평등적이면서 합의주의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문화, 둘째, 평등적이지만 top-down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문화, 셋째, 위계적이면서 top-down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문화, 그리고 마지막 넷째, 위계적이면서 합의주의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문화, 이렇게 말이죠.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각각의 리더십 유형에는, 그에 속하는 대표 국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나라는 평등적이면서 합의주의적인 문화권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브?竄? 멕시코 같은 남미 국가나 중국, 인도 같은 아시아 국가는 위계적이면서 톱다운 방식의 문화권에 속합니다. 메이어 교수의 분석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아마 우리나라도 이 문화권에 속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반면 같은 아시아 국가라도 일본은 독일과 함께 위계적이지만 합의주의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문화권에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같은 구미 국가는 평등적이지만 top-down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나라들로 분류돼 있죠. 네 가지 리더십 문화 중 북유럽이나 중남미 국가가 속해 있는 문화권은 우리의 상식과 직관에 잘 부합하지만, 둘째와 넷째 유형, 즉 미국처럼 평등적이지만 top-down방식인 문화권이라든가 일본처럼 위계적이지만 합의주의적인 문화권은,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사람들이 종종 혼란을 느끼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기 쉽습니다. 즉, “문화가 너무 모순되고 혼란스러워서 매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던 미국 미쓰비시 일본인 직원 같은 경우가 생기기 쉽다는 거죠.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각 리더십 유형별로 서로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게 메이어 교수의 조언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처럼 위계적이지만 합의주의 방식을 중시하는 문화권에선, 인내심을 가지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논의에 참여시키는 데 시간을 쏟는 걸 아까워해선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또 미국처럼 평등적이지만 top-down방식을 선호하는 문화권에선 전체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피력하되, 일단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설령 그 결정이 내 의견과 다르다고 해도 신속하게 보스와 코드를 맞추고 적극적으로 그 의견을 지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거죠. 메이어 교수는 어느 문화권에 가든, 이렇게 권위에 대한 태도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태도를 구분하고, 리더십 유형을 2X2 매트릭스로 분석해서 그에 맞는 접근을 취한다면, 리더로서는 물론 일반 조직원으로서도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여러 다른 문화권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조언입니다. 감사합니다.

내용 모두 펼치기
HBR Premium은 유료 서비스입니다.
10인의 디렉터가 쉽게 설명해주는 HBR Premium!
HBR Premium을 구독하고 디지털 서비스까지 이용하세요!
프리미엄신청
관련 아티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