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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리스트의 시대는 끝났다. 스페셜리스트를 고용하라
2017-12-21 | 이방실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이방실입니다. 여러분 골프 좋아하시나요? 아마 골프를 쳐 보지 않으신 분들도 골프채에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아실 겁니다. 티샷을 할 때는 보통 비거리가 가장 긴 드라이버를 많이 쓰죠. 페어웨이에서 공을 칠 때는 아이언을 사용하고, 벙커에서 탈출할 때는 웨지를 많이 씁니다. 또 홀컵에 공을 넣을 때는 퍼터를 사용하고요. 그런데 만약, 퍼터를 가지고 티샷을 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드라이버 하나만 가지고 나인 홀 전체를 돌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시죠. 제 아무리 유명한 골프 신동이라고 해도, 아마 경기를 제대로 치르긴 힘들 겁니다. 결국 핵심은 상황에 따라 그 목적에 적합한 최적의 클럽을 선택하는 게 경기 운영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런 단순한 원칙은 비단 스포츠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기업에서 특정 직책을 맡길 임원들을 내부 승진으로 발탁하거나 외부 영입할 때에도 반드시 유념해야 할 원칙입니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는 임원 선발 시 이일 저일 두루두루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우수 인재만 고집하는 기업들의 관행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소위 팔방미인형 ‘만능 인재’만 고집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기 때문에, 특정한 ‘맥락’에서 요구되는 임무 수행에 최적화된 인재를 임원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채용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 소재 연구자문회사인 CEB에서 실시한 연구 에 따르면, 임원을 고용할 때 해당 직책과 관련한 구체적 상황 조건을 고려하면 더욱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85개 글로벌 기업의 임원 9000명을 대상으로 3년 간 연구를 수행한 결과,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 임원 중 3분의 2는 경영 전반에 걸쳐 다방면의 능력을 갖춘 ‘만능형 인재’가 아니라 전체 평가에서는 평균 이하 점수를 받았지만 몇몇 특정 분야의 역량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특정 상황에 대한 분석이 임원 채용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걸 뜻합니다. 기업이 처한 특정한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불화가 심한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할 업무를 맡을 수도 있고, M&A실무를 추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혁신을 주도해야 할 수도 있고, 자원 제약이 심한 상황에서 업무를 이끌어 나가야 할 수도 있으며, 광범위한 제품 및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할 책임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그때그때 맥락에 따라 거기에 필요한 능력이 다르다는 겁니다. 가령, 제약 조건이 심한 상황에서 업무를 이끌어 나가려면 재무관리에 탁월한 재능을 갖춘 임원이 적합할 겁니다. 반면 불화가 심한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할 책임을 맡은 임원에겐 재무적 역량보다는 친화력과 포용력이 훨씬 더 중요할 겁니다. 또한, 만약 혁신을 이끌어내야 하는 게 그에게 맡겨진 업무라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며 조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도 실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들이 임원들을 선발할 때, 해당 직책과 관련된 전후 맥락과 상황에는 별로 쓰지 않고, 그저 단순히 다방면의 배경을 갖춘 팔방미인형 후보자, 소위 ‘generalist’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인재 전문가인 짐 마틴은 경주마와 일반 작업용 말을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즉, “특정한 조건의 경주로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경주마’가 필요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작업용 말’을 사용하는 꼴”이라고 말이죠. 짐 마틴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각 임원에게 주어지는 책임의 범위도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팔방미인형 만능 인재를 임원으로 채용하는 전략은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이보다는 구체적인 상황 조건을 고려해 그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인재 채용 전략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렇게 상황과 맥락에 따른 인재 선발 방식은 인재 육성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재를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온갖 문제에 두루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떤 특정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면, 사내에 부족한 내부 역량이 어딘지를 파악해 가며 ‘인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가령, 사내에 신제품 출시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임원은 많지만 비용절감이나 경영방식 개선에 출중한 능력을 갖춘 인재가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같은 간극을 인식하는 건 회사가 신규 인력을 채용하거나 간부 육성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지금까지 전통적인 인재 육성 방식은 대개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리더 양성을 목표로 했습니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고위직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어느 사업을 맡겨도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내고, 티샷도 잘 할 수 있고 퍼팅도 잘 할 수 있는 만능 골프채 같은 사람을 중용하려고 하죠. 하지만 인재 전문가인 짐 마틴은 급변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 이 같은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추진력이 필요할 땐 드라이버 같은 사람을, 위기 탈출을 해야 할 땐 웻지 같이 전략적인 사람을,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할 땐 퍼터 같이 정교한 사람을 써야 하는 시대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기 원하는 조직이라면 채용과 인재 육성을 할 때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상황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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