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mium > 전략/혁신
SNS에서 신제품 아이디어 공모, 효과 있을까?
2017-12-25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크라우드 소싱’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크라우드, 대중의 지혜에서 아이디어를 소싱한다는 뜻이죠. 좀 더 멋지게 표현하면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말도 많이 쓰죠. 저희 같은 경우는 독자분들의 이메일을 받거나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에서 크라우드 소싱을 합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비재 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 의견을 받습니다. 직접 설문조사하기도 하고 리서치 업체에 외주를 주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크라우드 소싱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요 마무트라는 곳이 있습니다. 스위스 회사인데요, 이 회사는 아주 전문적인 산악인들을 위한 용품들도 만듭니다. 하루는 이 회사가 산에서 눈사태가 났을 때 살아남게 해 주는 특수 텐트와 방호용품을 새로 기획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설문조사와 크라우드 소싱에 특화된 전문 리서치업체를 통해서 산악 동호인들로부터 신제품 아이디?低?받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수천 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들어왔고 독창적인 생각들이 많았지만, 거의가 실용성이 떨어지거나 허점이 있거나 아니면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제품으로 만들어서 팔 수 있는 수준의 아이디어는 거의 없었습니다. 수천 건을 검토하느라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 됐습니다. 또 크라우드 소싱으로 아이디어를 받을 때는 편향성과 잡음도 문제가 됩니다. 스위스의 청량음료회사 리벨라가 음료 신제품을 검토하면서 소비자 아이디어를 받았는데요, 생강맛 음료에 대한 의견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걸로 만들까, 했는데 아무래도 생강이라는게 너무 이상헤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온라인 투표와 댓글을 소수의 참가자들이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몰려다니면서 떠들썩한 소리를 내더라는 겁니다. 이걸 발견하고 리벨라는 생강맛 음료 출시를 접었습니다. 스위스 루체른대 연구팀이 이런 크라우드 소싱의 문제점 두 가지를 연구해서 HBR에 발표했습니다. 첫째,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보다 자기가 아는 친구의 아이디어에 투표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 같은 것은 사실상 별로 중요한 지표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친구가 눌렀으니까 나도 누른다. 니가 저번에 나한테 좋아요 눌러줬으니 나도 이번에 너한테 한 번 눌러주겠다는 식의 반응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소비자가 선호하는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신제품 기획 브레인스토밍을 한지 1년 이상 된 회사들을 찾아가서 조사했더니, 소비자들이 좋아했던 아이디어와 제품 성공 사이에는 통계적 상관관계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디어 투표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과대평가하는 측면이 있고, 기업은 평범하더라도 실현 가능성 높은 아이디어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루체른대 연구진은 두 가지 방법을 권유합니다. 첫째, 온라인상에서 투표할 때 사람들이 자신들의 친구의 행동에 영향을 덜 받게 해야 합니다. 너무 쉽게 ‘좋아요’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는 것보다는 뭔가 좀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지만 사람들이 진짜 자신의 주관대로 행동한다는 겁니다. 질문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전문성이 있는 특수 소비자 그룹 혹은 협력업체와 같은 관련자 그룹에게 크라우드 소싱을 하는 겁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마무트 기억나시죠? 이 회사가 바로 그렇게 했습니다. 두 번째로 아이디어 소싱을 할 때는 그냥 산악 동호인들에게 아이디어를 달라고 한 게 아니라, 산악 동호인이지만 직업은 엔지니어이거나 어떤 제품이든지간에 설계에 관련된 일을 해 본 사람이 있는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받았습니다. 그게 휴대폰이 됐던 자동차가 됐던 티비가 됐던지간에 뭔가를 실제로 만들어본 산악 동호인으로 대상을 제한했습니다. 그 결과 아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아이디어들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도구들이 널리 쓰이는 요즘은 크라우드 소싱으로 아이디어를 받기도 아주 쉽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아이디어와 편향된 아이디어에 파묻혀버리기 십상입니다. 아이디어 공모를 시행하기 전에, 잠깐만이라도 시간을 들여서 좀 더 스마트하게 아이디어를 필터링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결국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내용 모두 펼치기
HBR Premium은 유료 서비스입니다.
10인의 디렉터가 쉽게 설명해주는 HBR Premium!
HBR Premium을 구독하고 디지털 서비스까지 이용하세요!
프리미엄신청
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관련 아티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