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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무제한 부작용 막으려면 크로노스처럼 해라
2018-01-08 | 최한나 에디터

안녕하세요, 최한나입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크로노스는 클라우드 기반의 기업용 HR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포춘 10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을 고객사로 둘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이고 약 5000명의 직원이 있는 대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최근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바로 '무제한 휴가제도'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휴가일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크로노스의 CEO 애런 에인의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한국도 요즘 직장인 사이에서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죠.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더욱 강하다보니 좀 더 많은 인재들을 끌어오기 위한 방법으로 CEO 애런 에인이 자율휴가제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직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직원은 아주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회사가 경비절감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는 게 대표적인 반대 사유였죠. 기존의 휴가 제도에서는 미사용 휴가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자율휴가제를 도입하면 이 보상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휴가보다 돈을 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죠. CEO 애런 에인은 이런 불만을 줄여주기 위해 절감되는 연차보상금만큼의 돈으로 다른 복지제도를 추가했습니다. 퇴직연금 보조금을 늘렸고, 직원 본인과 자녀의 학자금 지원제도를 신설했습니다. 그래도 반발하는 사람은 CEO가 직접 설득했습니다. 애초에 연차보상금이라는 제도의 목적이 휴가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지, 돈을 더 주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니? 라고요. 또 다른 반대 목소리는 매니저급 직원들에게서 나왔습니다. 직원들이 휴가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업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기근속자들도 반대했습니다. ‘나는 이 정도 휴가일수를 받기 위해 15년 근속했는데 신입사원이 나와 동등한 휴가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는 거죠. 이런저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크로노스 사장은 자율휴가제를 강행했습니다. 매니저들이 직원들의 휴가 신청을 적극적으로 받아주도록 사장이 직접 매니저급과 면담도 많이 했고요, 또 매니저급의 성과평가에 해당부서 직원들의 휴가사용 현황을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선 최고 6주의 휴가를 쓴 직원이 나왔습니다. 평균으로 보면 전년도에 비해 휴가사용이 2.6일 늘어났습니다. 자율휴가제를 도입해도 직원들이 휴가를 마구 남용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죠. 그리고 고성과자일수록 휴가도 자신 있게 많이 쓰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쓸 데 없이 오래 일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 제도를 도입하고나서 크로노스는 사상 최고의 재무실적을 냈습니다. 직원들은 예전보다 많이 자리를 비웠지만 수익성은 창사 이래 최대였습니다. 이직율도 6.4%에서 5.6%로 떨어졌습니다. CEO 애런 에인은 직원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일에 몰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젊은 밀레니얼세대 직원들이 가장 좋아할 거라는 초기 예상과는 달리 자녀가 있는 30~40대 직원들이 자율휴가제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또 잠깐 업무 중에 병원이나 치과에 갈 때도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었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업무 효율성이 저절로 올라가고 업무 만족도와 회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습니다. 자, 그럼 우리 회사도 자율휴가제 도입해볼까요? 그런데 이런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으려면 직원들 사이의 신뢰가 선행돼야 합니다. 내가 자리를 비워도 내 옆 자리 동료가 빈 자리를 채워줄 것이라거나 동료들이 자리를 비워도 일이 무탈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 말이죠. 또 워크라이프 밸런스에 대한 조직 차원의 관심도 필요합니다. 크로노스는 자율휴가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직원들이 언제 어떻게 휴가를 쓰는지도 더욱 꼼꼼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야 매니저들이 부하직원들에게 휴가를 공정하게 줬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직원들간에도 구설수가 생길 염려를 줄여줍니다. 한국 직장인들이 1년에 쓰는 휴가는 평균 8일 정도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는 보통 15일 이상 주어지지만, 실제 사용일수는 절반에 그친다는 얘기죠. 모든 기업에 크로노스 같은 자율휴가제를 덜컥 도입할 수야 없겠지만, 쓸 만큼은 썼으면 좋겠다는 바램 누구나 있을 겁니다. 직원에게 더 많은 신뢰와 자율성을 주고 적절한 관리조치를 취했을 때 업무 효율과 직장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점은 한국이나 미국 모두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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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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