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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식 혁신
2015-11-12 | 조진서 에디터

여러분 파괴적 혁신이란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유럽의 마차회사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마부들은 직업을 잃게 됐습니다. 전기자동차가 보편화되면 이번엔 내연기관 차들이 사라질 차례란 전망도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보급과 함께 대형 필름 회사들이 망했고, 또 디지털 카메라 회사들은 스마트폰 시대에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파괴가 일어나는 티핑 포인트가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시기는 5년 후 일 수도 있지만 50년 후 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에디슨이 전구를 개발해 팔기 시작했을 때 다들 가스등 회사들은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가스등 회사들은 필라멘트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가스등 제품을 개발해서 10년 이상 전구에 대항해 버텼습니다. 그러면서 가스 조명에서 가스 난방 쪽으로 사업 모델을 서서히 변경해서 계속 살아남았습니다. 이렇게 파괴적 혁신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신기술과 기존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HBR이 4단계 하이브리드 방법론을 소개했습니다. 1단계. 필요한 하이브리드의 종류를 식별해야 합니다. 당면한 상황에 적절한 하이브리드를 결정하기 위해, 우선 파괴의 위협이 얼마나 가까운지 또는 먼지를 평가하라. 이 단계에서 기업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파괴적 위협의 시급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2단계. 다음으로 하이브리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검토하라 입니다. 아직 확보되지 않은 역량 중에 하이브리드의 핵심가치와 관련해 자체 개발이 필요한 부분과 외부로부터 획득할 부분을 식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SLR 카메라 개발에 수반되는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기존 카메라 제조기업들은 (카메라설계, 광학기술, 판매망 등) 필요한 역량의 많은 부분을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디지털센서 기술같이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족한 기술의 중요도는 어느 정도인가? 아마도 장래에 디지털센서는 많은 경쟁자가 판매하는 상품이 되는 반면 고급 광학기술은 고유의 가치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어떤 기술을 자체 개발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외부에서 부품을 조달하기로 한다면, 그것을 하이브리드에 흡수시키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생산 역량의 평가와 함께, 기존 비즈니스 체제로 하이브리드를 시장에 내놓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요구되는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기존 역량을 이용하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맞추는 하이브리드를 개발하는 게 더 쉬울 수 있지만, 전략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역량과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코닥은 디지털정보를 필름에 암호화해 기록하는 APS라는 하이브리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기존 필름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상당부분 유지했기 때문에 후지, 아그파, 코니카 같은 필름 제조기업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하이브리드 제품은 기존 비즈니스의 수명을 잠시 연장하긴 했지만, 기업들이 디지털 이미징 산업의 미래를 학습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3단계.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자원을 배분해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개발에 추가적인 기술역량이 요구되면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새로운 고객층을 겨냥한다면 마케팅 투자를 강화해야 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세일즈 담당 인력과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요구할 것입니다. 기업은 하이브리드 개발을 결정하고도 필요한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하이브리드의 라이프 사이클을 신중하게 계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영구적인 목적인가, 일시적인 것인가? DSLR처럼 산업의 파괴적 혁신이 일어난 후에도 살아남은 하이브리드 제품이 있지만, 대다수의 하이브리드가 일종의 미봉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리로는 이해하기 쉽지만, 실제로 기업이 오리지널 제품만큼이나 하이브리드에 집착할 수 있음을 우리의 연구결과가 보여줍니다. 흔히 기업의 입장에서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폐기하는 파괴적 혁신으로 가기보다는 하이브리드를 수용하는 것이 조직 내에서 정치적으로 더 쉽기 때문에 영구적인 대안으로 고려하고자 하는 유혹이 매우 큽니다. 임시적 하이브리드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 그것을 신기술 채택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지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는 임시방편입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 자동차처럼, 하이브리드는 파괴적 변화에 전 재산을 걸고 예/아니오 식의 이진법적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해 줍니다. 또 길고 불확실한 불연속 구간에 다리를 놓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적절히 활용된 하이브리드는 훌륭한 수익의 원천이 되고, 또 다음 세대까지 살아남아 번영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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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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