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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여제 빌리 진 킹은 어떻게 남자 챔피언을 이겼나
2018-02-20 | 배미정 에디터

안녕하세요, 배미정입니다. 여러분 혹시 테니스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 정현 선수가 이형택 선수 이후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 ATP 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큰 화제가 됐었는데요. 1973년 테니스 남녀 성대결에서 승리한 테니스 여제 빌리 진 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남녀 테니스 프로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스위스 생갈대 알렉스 크루머 교수 연구팀은 그랜드슬램 테니스 대회 8200여 게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게임의 중요한 국면에서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보다 평정심을 더 쉽게 잃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테니스에서는 서브권을 가진 사람이 포인트를 딸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서브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서브 게임을 놓치면 승부에 치명적입니다. 특히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요. 그런데 위기 순간이 오면 남자 선수들이 서브에 실패할 확률이 여자 선수들보다 두 배 이상 더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이 긴장한다는 얘기인데요. 예를 들어 1세트 게임스코어가 4대 4로 동점이 된 상황에서 여자 선수들의 서브 실패율은 이전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자 선수들의 서브 실패율은 동점 상황에서 7% 포인트 이상 높아진다고 합니다. 크루머 교수는 엘리트 테니스 세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경쟁 압박을 더 잘 견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극도로 긴장된 순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실수할 확률이 더 적다는 얘기지요. 일반적으로 보상으로 인한 압박이 클수록 성적은 떨어지곤 합니다. 즉 경쟁 압박과 성적은 반비례하기 마련입니다. 농구 선수들은 연습할 때보다 실제 경기에서 자유투 성공률이 떨어지고, 축구 스타들은 중요한 월드컵 경기에서 승부차기 실축을 합니다. 프로 골퍼들도 큰 상금이 걸린 토너먼트일수록 마지막 홀에서 샷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루머 교수는 여성 선수들이 특별히 평정심 유지에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유도 동메달 결정전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유도는 패자부활전이 있는 종목입니다. 전 경기에서 진 선수와 전 경기에서 이긴 선수들이 맞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자부 경기에서는, 전 경기에서 이긴 선수가, 전 경기에서 진 선수보다 이번 경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합니다. 전 경기의 승패 여부가 경기력에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반면 여자 선수의 경기는 직전 경기의 승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네요 생물학적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남성은 성과를 향상시키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승리한 후에는 증가하고 패배한 후에는 감소하지만, 여성은 그런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관한 문헌을 봐도 골프나 강연할 때 여성보다 남성의 코르티솔이 더 급격히 상승하고, 그 결과로 남성들의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놓고 싸우는 톱클래스 테니스 선수처럼, 기업에서도 아주 큰 정신적 압박을 받아도 침착과 평정심을 유지해야하는 자리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침착성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업무 특성에 맞게, 또 회사가 처한 상황에 맞게 여성 리더들의 평정심 유지 능력을 잘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서브를 넣을 때는 스피드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여자 테니스의 선구자인 빌리 진 킹이 한 이야기입니다. 킹은 1973년 3만 관중 앞에서 남자부 전 세계챔피언 바비 릭스를 3-0으로 물리치며 신화가 됐습니다. 여자들의 무기, 평정심을 잘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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