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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를 혁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2018-03-02 | 배미정 에디터

안녕하세요, 배미정입니다. 미국의 한 자동차 회사가 몇 년 전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경영진이 계획을 잘 세웠는데, 이사회에서 별다른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사회 멤버들이 신기술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CEO와 경영진이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이사회의 지원 없이는 모험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그 업체는 업계 트렌드에서 뒤떨어졌고, 현재는 전기차 개발에서 경쟁사보다 몇 년 뒤쳐지게 됐습니다. 이와 반대로 한국에서는 이사회가 경영진 의견에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이제는 이사회가 기업의 혁신을 위한 일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합니다. 경영진의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이나 듣고 몇 가지 형식적인 질문을 주고받은 다음 밥 먹고 헤어지는 형태의 수동적인 이사회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린다 힐 교수와 투자회사 맥앤드루스 앤드 포브스의 부사장 조지 데이비스가 HBR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어느 기업이든 혁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단기성과를 포기할 수 없는 CEO 입장에서는 혼자 나서서 혁신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가 경영자를 지원해야할 필요성이 커집니다. 그렇다면 현재 이사회가 기업의 혁신 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사회 어젠다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습니다. 이사회는 핵심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혁신, 즉 같은 일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하는 데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들 스스로가 기존 비즈니스에 전문성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충분히 논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둘째, 이사회에 할애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이사들도 많지요. 세 번째로, 전문성도 부족합니다. CEO가 아무리 기발한 제안을 하더라도 그에 따른 위험과 보상을 평가할만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이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사회에서 혁신을 논의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와 경영진간 교류가 비생산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금 기업 이사회는 경영진이 전략을 설명하고 설득하면, 이사회가 그것을 비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사들이 회장이나 CEO를 기분나쁘게 하거나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이기 싫다는 이유로 민감한 질문은 아예 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런 역할 모델은 혁신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힐 교수의 분석입니다. 기업의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려면 이사회 구성 뿐 아니라 운영되는 방식까지 새롭게 논의돼야합니다. 연구자들은 현행 이사회를 혁신 친화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다음의 네 가지 방법을 내놨습니다. 첫째, 이사를 충원할 때 기존 이사회와 경영진의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 후보를 찾아야합니다. 일례로 디지털 산업의 기술적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을 ‘디지털 이사’로 모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적인 과제가 닥쳤을 때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겠지요. 두 번째로 ‘창조적 마찰’을 이사회의 핵심 역량으로 키워야합니다. 철저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아이디어를 스파크 튀기듯 연속적으로 촉발시켜야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사회장은 ‘점잖은 사람들’이 아니라, 개방성과 역동성을 가진 이사와 경영진이 모여서 창조적 마찰을 일으키는 장이 돼야합니다. 앞으로는 ‘잔소리꾼’으로 불릴 정도로 이사회에서 노골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이사가 더 환영받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 이사회와 경영진간 파트너십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혁신에 관한 토론이 자유롭게 이뤄지려면 이사회와 경영진, 어느 쪽도 상대방을 장악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이사회는 경영진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특히 혁신 전략에 대해서 소유권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보험사 올스테이트의 CEO 톰 윌슨은 보통 1년에 한번 열리는 이사회와 달리 별도의 전략회의를 2번 개최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번은 기업 역량 및 시장 위치에 대해 대화하면서 학습하고, 다른 한번은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사회도 혁신적인 문제 해결에 동반되는 리스크와 실패를 수용하는 문화를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실적을 검토할 때 성과 지표보다 프로세스 지표에 초점을 둘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혁신이 얼마나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도 좋습니다. 연간 전체 매출 중 신제품에서 나오는 매출의 비율을 확인해 보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비즈니스혁신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는 실패에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CEO를 지원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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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정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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