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 2013년에 미국 텍사스주 MD앤더슨 암센터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습니다. 특정 형태의 암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추천하는데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을 이용해 보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2017년 보류됐습니다. 왜일까요? 4년 동안 6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600억원 이상을 쓰고도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많은 회사들이 현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성공률은 낮습니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성공률이 더 낮은데요, 이는 인공지능에 대한 과대포장이 심하고 대다수 기업들이 이런 유행에 휩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목적 달성이 쉬운 프로젝트들에서는 인공지능이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MD앤더슨암센터의 경우에도 암 진단 및 치료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원대한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환자 가족에게 호텔과 레스토랑 추천하기, 청구서 지불 시 도움 주기 등 가벼운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도 비용 절감을 위해 채무 거래, 채권 거래, IT 지출, 인사 관리 등 4개 프로젝트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왜 차이가 날까요. 토머스 대븐포트 뱁슨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너무 서둘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 기술 자체가 너무나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원대하고 획기적인 프로젝트에 서둘러 적용하려다 실패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대븐포트 교수는 성급하게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다 실패하는 기업들을 위해 인공지능의 현업 적용을 위한 4단계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는데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이 ‘인공지능 기술 이해하기’ 입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유형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인공지능을 도입하려고 할 경우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는 인공지능 기술의 유형을 크게 세가지로 나눴습니다. RPA라고 불리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과 인지 통찰력 기술, 인지 교류 기술이 그것입니다. RPA는 단순 물리적 업무나 디지털 업무를 로봇을 활용해 자동화하는 방식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나사의 사례가 RPA 도입 사례인데요, 나사는 RPA를 도입해 인사 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했는데 인간의 도움 없이도 86%를 성공적으로 처리해 냈다고 합니다. 인지 통찰력은 흔히 머신 러닝 기술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소비자 구매 예측, 개인 맞춤형 광고 구성 등에 쓰입니다. 그런가 하면 인지 교류 기술은 고객 응대용 챗봇이 대표적 예입니다. 대븐포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RPA를 활용하는 사례가 가장 많고 인지 통찰력 인지 교류 순이라고 합니다. 다음 단계는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단계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장 큰 이득을 낼 수 있는 영역을 결정하고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를 살펴본 후 실제 어떤 기술을 적용할지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스웨덴의 SEB은행은 고객 응대에 챗봇을 활용하기 위해 먼저 지능형 에이전트 아바타 ‘아멜리아’를 사내 직원 헬프 테스크로 이용해 봤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부족한 점을 개선해 최근 고객을 대상으로 아멜리아를 테스트해 보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셜네트워크 업체 페이스북은 메신저 챗봇을 고객 응대에 바로 활용해 봤으나 고객 요청 사항의 70% 수준만 응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했습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최종 목표가 고객 서비스를 챗봇에 맡기는 것이라고 해도 당장은 목표로 나아가는 한 단계로 사내 IT 헬프데스크를 자동화하는 편이 더 현실성 있고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단계에서 포트폴리오를 신중하게 짜야 합니다. 이 단계가 끝나면 시범 운영을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전사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경영진이 ‘무언가 인지적인 것을 해야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검증없이 프로젝트를 전사로 확산시키면 실패 확률만 키우게 됩니다. 시범운영에 성공하면 스케일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때는 기존의 직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부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한 의류 소매업체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일부 매장에서 시범 운영하면서 온라인 제품 추천, 재고 관리 최적화를 위한 예측, 빠른 보급 모델 구축, 상품기획 등의 업무에 머신러닝을 도입했습니다. 그러자 기존 바이어들이 강력히 반발했죠. 인공지능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죠. 그러나 테스트 결과 머신러닝의 성과는 훌륭했죠. 결국 경영진은 머신러닝을 전 매장에 적용하는 대신 일감이 없어진 바이어들에게 젊은 소비자들의 욕구와 의류 제조업자들의 미래 계획 파악처럼 인간이 기계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끌어내라고 권고해 불만을 일단 잠재웁니다. 동시에 상품 기획자들이 새로운 작업방식을 교육받아야 한다는 점도 주지시켰습니다. 결국 기업은 천천히 긴 호흡으로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대븐포트 교수의 조언입니다. 특히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보다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도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변화 관리, 불만 관리에 집중해야만 성공적으로 인공지능을 현업에 정착시킬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