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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라는 조언이 안 먹히는 이유
2018-04-20 | 고승연 에디터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직장인은 최소 1년에 한 번 많게는 1년에 두 번씩 ‘평가’라는 걸 받게 됩니다. 요새는 평가기법도 다양해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평가하기도 하고, 동료들의 평가가 꽤 중요한 평가 요소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특히 어떤 사람의 약점이나 문제를 개선시키기 위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통적으로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금세 자신의 약점과 문제를 깨닫고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는 이 같은 통념을 완전히 깨는 연구가 하나 소개됐습니다. 재미난 학술 연구가 나오면 그 연구자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Defend your research 코너에 실린 그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폴 그린은 동료 연구원 두 명과 함께, 동료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한 회사의 현장 자료를 연구했습니다. 이 회사는 직원 300명에게 어느 정도 스스로 직무를 규정하고,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동료에게 비판적인 평가를 받은 직원은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사람과 일할 수 있도록 역할을 조정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의 결론은 굉장히 명쾌했습니다. ‘부정적인 평가는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좀 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리 그 취지가 좋더라도 일단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나면, 그런 피드백을 준 사람하고 같이 화합하고 곧바로 자신의 문제를 개선하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서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과 또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그들과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걸 ‘칭찬 쇼핑’이라고 부릅니다. 재밌는 표현이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그런 성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공식적인 평가에서도 그렇지만 회사 술자리에서, 회식자리에서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네가 잘 됐으면 해서 하는 조언인데’라고 하는 말을 듣고 사실 진정으로 고마워하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경우가 정말 많을까요? 아마 그때는 술김에 듣는 척을 하더라도, 아니면 그냥 그 자리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더라도 보통은 그냥 그 사람과 껄끄러워지고 아예 다른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부정적 피드백은 실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분명 도움을 주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거죠. 그래서 부정적 평가를 받으면 무기력증, 불안감, 우을증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렇다면, 부정적 피드백은 주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명백한 문제가 보이고 그 부분만 고치면 좋을 것 같은 그런 상황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폴 그린 등 연구자들은 방법을 하나 알려줍니다. 꼭 필요할 땐 부정적 피드백을 주더라도, 그와 함께 그 평가대상이 된 사람이 조직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인정해 줘야합니다. 항상 그래야할 필요는 없지만, 사람들이 다만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연구진은 실제 실험을 하나 합니다. 사람들에게 에세이 쓰기를 시키고 나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줬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10분 동안 쓰게 해서, 자기 확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줬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칭찬쇼핑이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여기에서 자신들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합니다. 이런 방식을 도입해 실제 효과를 내는 성과평가제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진정으로 폭넓은 자기확신이 있다면 사람들은 피드백에서 자기계발 동기를 얻게 될 겁니다. 이 연구가 나오고 알려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정말 이게 맞는지’ 의문을 품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기업들이, 인사담당자들이 지나치게 순진한 게 아닌지 되묻습니다.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이 동료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대기업은 전부 다 채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구자들이 보기에 피드백을 받으면 사람들이 고무될 것이라 생각하는 게 너무 순진하다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업무성과가 안 좋으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나면 생각보다 많은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인간은 복잡하기 때문이지요. 내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 사이의 차이를 메우는 부정적인 피드백의 논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연구자들은 각 기업의 HR팀이 ‘부정적 피드백의 효과’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진짜 효과가 있는 방식을 만들어낼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제 얘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이긴 하지만, 우리가 회사에서 조직에서 실제 경험한 일들을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쉽게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을 겁니다. 이 내용은 각 회사 인사팀과 인사 임원, CEO들이 충분히 새겨듣고 변화와 개선을 고민해야할 것이기도 합니다만, 부하직원들, 동료들과 공식적/비공식적 모임과 미팅에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내 행동을 바꿈으로써 팀의 분위기도 바뀔 수 있는 그런 교훈을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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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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