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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지 않고 사내정치에서 생존하는 법
2018-04-27 | 이미영 에디터

안녕하세요, 이미영입니다. 사내정치라는 단어를 한번 떠올려 볼까요? 유난히 상사에게 아부를 잘하는 동료나 후배, 회식자리와 같은 사내 모임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여해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네요. 여러분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왜 기분이 좋질 않을까요? 네. 이렇게 사내정치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실력에 비해 고과도 잘 받고, 승진이나 연수 등 기회도 더 많이 얻어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인지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사내정치를 하지 않고 회사생활을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도 사람간의 관계맺음과 의사소통을 통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선, 상사의 결정에 자신의 의견을 적절히 개진하기 위해선, 사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야 합니다. 드러나진 않은 암묵적 규칙들도 결국 회사 내 조직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내정치 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지만, 성공을 위해선 사내정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미국의 인사관리 전문가 로버트 카이저는 HBR을 통해 사내정치를 피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대신 비굴하지 않게 나를 지키면서 할 수 있는 사내정치의 비법을 알려주죠.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 우선 나쁜 사내정치와 착한 사내정치를 구분해야 합니다. 나쁜 사내정치는 제가 말씀을 안 드려도 잘 아실 거 같습니다. 출세를 위해 아부하고, 동료의 뒤통수를 치고, 루머를 퍼뜨리고, 내가 돋보이기 위해 남의 업무를 교묘하게 방해하거나 쉽게 도울 수 있는데도 돕지 않고, 이런 경우가 해당되겠죠? 그렇다면 착한 사내정치는 뭘까요? 조직의 이익과 나의 이익, 동료들의 이익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회사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죠. 내가 낸 아이디어를 상사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게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착한 행동’과 ‘착한 사내정치’를 같은 말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일도 못하고 성격도 더러운 어떤 직원 때문에 나를 포함한 다른 모든 동료들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해 보죠. 그에 대해 상사나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험담하는 것은 나쁜 사내정치일까요 착한 사내정치일까요? 네, 제가 말하지 않아도 답은 아시겠죠? 좋은 정치, 착한 정치란 내 개인의 이익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와 회사의 이익까지 챙기는 정치입니다. 착한 사내정치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크게 네 가지 능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통찰력입니다. 둘째, 남의 생각을 움직일 수 있는 설득력입니다. 셋째, 인맥을 구축하는 능력입니다. 넷째, ‘진정성’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진정성입니다.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또 나의 그런 진정성을 남들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과도한 친절, 영혼이 없는 칭찬이나 격려 등은 오히려 신뢰를 깎아내릴 수 있는 것이죠. 흔히 역사드라마나 영화에서 나라를 망치는 주역으로 등장하는 ‘간신’들의 행동에서 이런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겠죠? 상사로서의 처신도 중요합니다. 후배에게 다정다감하고 관대한 상사라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진 않습니다. 부하 직원에게 명확한 지시를 주고, 결과물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그런 상사가 더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착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착한 사내정치를 하는 것은 다릅니다. 착한 정치란, 동료들에게, 상사에게, 부하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또는 그러한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합니다. 사내정치, 꼭 부정적인 뜻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피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죠. 인간인 이상, 회사 내 정치참여는 불가피합니다. 내 자존심, 내 영혼을 지키면서 사내정치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도 정치라는 말에 거부감이 든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내가 사내정치에 나서지 않으면, 나보다 더 멍청하고 더 음흉한 사람이 나와 우리 조직을 파괴할 지도 모릅니다. 그걸 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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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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