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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함정
2015-11-30 | 김남국 에디터

안녕하세요, 김남국입니다. 인생의 목적,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생의 목적은 역시, 행복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래선지 행복한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언이나 책들이 넘쳐납니다. 긍정적 사고를 갖자, 감사하는 마음을 하루 5번씩 갖자,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자, 10분만 명상하자, 억지로라도 웃어보자 등 방법도 정말 다양합니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행복론’이란 카테고리로 분류된 책만 무려 1만4000권에 달한다는군요. 그런데, HBR 시니어 에디터인 엘리슨 비어드(Alison Beard)는 HBR 7,8월호에 실린 아티클을 통해 이런 고백을 합니다. 그는 건강한 신체에다 자유로운 직업, 큰 힘이 되는 가족과 친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는 걱정, 좌절, 분노, 실망, 후회 같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일 때가 무척 많다고 고백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저도 생각해보니 비어드처럼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 직장 등 행복을 느낄만한 요소들이 충분하지만 부정적 감정을 자주 느낀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래서 비어드 에디터는 행복론에 관한 책을 읽으면 뭔가 질책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너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데 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느냐?”는 질책을 받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야 출세할 수 있고, 몇 가지 방법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행복해질 수도 있으며, 자신의 처지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노나 좌절 같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면 그걸 극복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비어드는 이런 의문을 제기합니다. “불행하다는 느낌이 삶에 있어서 헛되기만 한 부정적인 것일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세상에 늘 행복한, 늘상 행복한 경험만 하면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은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무척 생산적인 측면도 있다고 그는 강조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런 관점에서 나온 책도 많다고 합니다. 한국어로도 번역된 ‘긍정의 배신’, ‘무한긍정의 덫‘ 등이 대표적입니다. 마치 ’행복에 대한 반발 시대‘가 온 것처럼 행복과 긍정적 사고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습니다. 사실 미래에 대한 핑크빛 전망만 하면 당장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현실을 개선하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역량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대신, 부정적 감정은 당장은 우리에게 불행을 가져다주지만, 대단히 생산적인 측면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우려 등은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게 하는 동력을 제공합니다. 불안하니까 대책도 마련하고 이런 저런 고민도 하면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또 현재 상태에 대한 불만족이 있어야 미래에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도 커질 것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자극에 대한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행복에 도움을 주지 않으니 여기에 맞서 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시련이 생겼을 때 생겨나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회복력도 빠르고 더 오래산다는군요. 저는 엘리슨 비어드의 HBR 아티클을 읽으면서 100엔샵으로 유명한 일본 다이소의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네거티브 경영으로 유명합니다. 거대 기업의 CEO답지 않게 그는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해서 그의 어록이 인터넷에 회자될 정도입니다. 그의 말을 보시죠. “머지 않아 다이소가 망할거야”, “금방 질려하는 고객들이 너무 무서워서 잠을 못자겠다”, “대형 할인점 사장한테 우리 물건 보여줬더니 그 사장이 ‘이런 물건 만들면 3년 안에 망한다. 물건에 혼을 담아라’고 말했다” 등 대기업 오너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정적 말을 자주 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인터넷도 모르고 시대에 뒤처진 인간이다.” “나는 진짜 내면에 든 게 없는 사람이다” 등 카리스마적 리더와는 거리가 먼 부정적이고 나약한 말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다이소는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야노 히로타케처럼 부정적 현실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공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그 내면은 매우 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정의 덫에 빠져 좌절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이를 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대안을 찾는 것, 행복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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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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