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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을 쿨하게 만든 볼트하우스팜스 CEO
2015-12-14 | 조진서 에디터

여러분 혹시 당근 좋아하시나요? 전 어릴 때 당근을 정말 싫어해서 잡채에 들어가는 당근도 골라내고 먹었습니다. 생 당근은 어떻게 먹을 수 있는데 익힌 당근은 정말 못 먹겠더라구요. 사실 지금도 익힌 당근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당근을 특히 좋아한다는 사람은 별로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당근만 팔아서 매출이 1조 5천억원을 넘기는 기업이 있습니다. 황당하죠? 볼트하우스팜스라고, 1915년에 설립된 캘리포니아의 농산물 기업입니다. 2010년정도 까지만 해도 1년에 5천억 정도 하던 회사였는데요, 4년만에 매출이 거의 3배로 뛰었습니다. 이건 2008년 CEO로 취임한 제프리 던이라는 분이 마케팅을 잘 해서 만든 업적입니다. HBR에 실린 볼트하우스팜스의 성공 스토리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 대용량 당근주스를 팔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에 제프리 던이 CEO로 들어오면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소용량 당근주스를 만들어 팔게 됐습니다. 제프리 던은 원래 코카콜라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콜라 베테랑입니다. 던이 보기에, 당근주스도 콜라처럼 음료수로 팔 수 있었던 겁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당근이나 다른 야채주스들은 ‘건강식품’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대용량 주스통에 담겨서 가정용으로만 팔렸는데, 기왕 하는 거 작게 만들어서 팔자고 했습니다. 1회 먹을 수 있는 소용량 당근 주스가 큰 성공을 거두자, 제프리 던은 힘을 얻어서 더 과감한 변화를 도입합니다. 우선 주스와 스무디 종류를 27개로 늘리고 고등학교 콜라 자판기 옆에 자기 회사 당근 주스 자판기를 들여놓습니다. 또 어린이들 먹기 좋으라고 튜브에 담긴 당근 퓨레도 개발했습니다. 미국 애들은 요거트를 튜브에서 짜먹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당근쥬 스도 튜브에 넣어 놓으면 쪽쪽 잘 빨아먹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당근회사가 원래 광고를 많이 했겠습니까? 1915년 창립 이해 광고비를 총 10만 달러 정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프레던은 2010년 1년에만 200만 달러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광고회사를 고용해서 ‘당근도 정크푸드처럼 먹어라’ eat‘em like junk food, 라는 캠페인을 벌입니다. 기본 컨셉은 콜라처럼 당근이 재밌어 보여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제프리던의 전략의 핵심은 3A였습니다. 첫 번째 A는 접근성, accesibility입니다. 당근을 ‘쿨’하게 보이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겁니다. 재미있는 광고도 내고, 포장도 웃기고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본사도 시골에서 대도시로 옮겼습니다. 두 번째 A는 가용성 availability입니다. 먹고 싶은데 살 수가 없으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식료품점뿐 아니라 코스트코 같은 마트, 또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에도 제품을 밀어내고, 가능하면 경쟁사 야채주스 제품과 같이 큰 진열대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일단 시장의 덩치를 키우자고 본 겁니다. 세 번째 A는 가격 affordabilit입니다. 제프리던은 콜라 베테랑입니다. 콜라가 잘 팔리는 이유는 한 캔에 1달러도 안 되는 가격 때문이라고 그는 봤습니다. 맛있어도 선뜻 사먹기 힘든 가격이면 안 삽니다. 그래서 제프리던은 당근 쥬스도 용량을 줄이더라도 값은 싸게 만들었습니다. 아동용 과일튜브는 40센트 약 500원에 팔았습니다. 이런 3A전략은 제프리던이 코카콜라에서 배워온 전략입니다. 이걸 건강식품인 당근과 당근 쥬스에 그대로 사용해서 그는 큰 효과를 봤습니다. 건강식품이라고 꼭 건강하고 고상한 방법으로 팔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타 산업을 벤치마킹하는 전략 신선해 보이지 않나요? 저도 이 회사 당근 쥬스는 사먹어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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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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