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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도 살아남을 기업의 조건
2015-12-17 | 장재웅 에디터

1980년부터 약 30년 동안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주요 서구 다국적 기업들은 전례 없는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서구 다국적 기업의 세후 영업 이익은 1980년 2조 달러에서 2013년 7조2000억 달러까지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이들 기업의 세후 영업이익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7.5%에서 9.8%로 3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런 전례 없는 호황의 배경에는 전세계적인 규제완화 분위기와 민영화의 확산이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신흥 시장을 휩쓴 대규모 도시화와 산업화 물결 역시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계층이 성장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소비자 계층은 1980년에 약 10억명에 불과했으나 오늘날에는 30억 명 이상으로 늘어 서구 다국적 기업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이렇게 서구 다국적기업들이 호황의 과실을 독점할 수 있었던 데에는 크게 3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큰 생산 규모와 앞선 국제적 위상, 비용 절감의 기회가 그것입니다. 월마트의 수익은 보츠와나의 GDP와 비슷하고 직원수는 라트비아나 슬로베니아의 인구보다 많습니다. 서구 다국적 기업의 국제적 위상 역시 강점이었습니다. 규모와 국제적 위상을 앞세운 GE의 경우 1980년 미국 시장 외 지역에서 고작 48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지만 2014년에는 회사 총 수익의 절반이 넘는 800억 달러를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벌어들였습니다. 자동화와 저렴한 노동 인구의 증가, 세율과 대출이자 인하 등도 서구 다국적기업들의 전례 없는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인구 증가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양대 엔진이 빠르게 식으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HBR 논문을 통해 내다봤습니다. 무엇보다 서구 다국적 기업들은 신흥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경쟁기업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1990년과 비교해 다국적 기업의 수는 2배로 늘어나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8만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3분의 2는 선진국 기업이지만 신흥 시장에 본사를 둔 이른바 ‘신흥 경쟁자’들 역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익 기준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제조업체는 그린전자기기, 메이디 그룹, 칭다오 하이얼 이고 이들 업체는 모두 중국 기업입니다. 신흥 다국적 기업의 성장에는 신흥국 특유의 지배구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인수 합병에 나서면서 덩치를 키운 점도 짧은 기간동안 이들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한 원인입니다. 이들 신흥 기업들은 모두 자국 이외에 급성장하는 신흥 시장에 과감히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의 식품업체 인도푸드는 ‘인도미’라는 라면을 아프리카 전역에 성공적으로 보급해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 역시 서구 다국적 기업에게는 큰 위협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첨단기술은 서구 다국적기업만의 독점적 경쟁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은 이같은 장벽도 허물었습니다. 스카이프 덕분에 전 세계 소비자는 2013년에만 370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전화 요금을 절약할 수 있었지만 기존 국제전화 사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아마존 때문에 문 닫은 서점과 넷플릭스 때문에 사라진 비디오 대여점, 익스피디아 때문에 쓰러진 여행사가 무수하 많습니다. 신기술의 발전과 국제화로 산업이 재편성되는 속도는 앞으로도 늦춰지지 않을 것입니다. 신흥시장 소비의 증가로 전 세계 수익은 향후 10년간 약 40% 이상 증가해 185조 달러에 이르겠지만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로 무장한 경쟁업체의 출현으로 기존 서구 다국적 기업의 이익 폭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게 맥킨지의 전망입니다. 지난 30년간 뛰어난 실적을 낸 서구 대기업들이 이제 경쟁자들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주요 기업들의 폭발적 성장은 한국의 대기업에도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흥국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선진국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맥킨지는 크게 5가지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집요하게 연구하라, △인내자본을 찾아라, △과감한 자기파괴가 실천하라, △새로운 지적 재산을 형성하라, △인재를 쟁취하라가 해답입니다. 먼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흥 경쟁자들에 대해 자세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서구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신흥시장이 어디고 신기술이 무엇이고 잠재적 경쟁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연구를 등한시 했습니다. 향후 10년간 세계 GDP의 절반과 새로운 경쟁자의 상당수가 신흥국의 소도시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서구의 경영자들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에 나설때가 됐습니다. 또 빠르게 성장한 신흥국 대기업들처럼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참을성 있는 자본(Patient Capital)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사회 제도가 발달해 있고 대부분 주요 증시에 상장된 상장사라는 점에서 서구 다국적기업이 신흥국 대기업처럼 장기적 전략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CEO와 이사회는 장기적 전략을 채택하고 이런 안목을 지닌 투자자들과 교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감한 자기파괴도 필요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기술 기업들에게 시장을 뺏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맥킨지가 16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1990년부터 2005년 사이 사업 부문별 자본 분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연도별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자본을 재분배한 기업은 대체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주주들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줬습니다. 새로운 지적 재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디어 집약적인 산업의 수익성을 생각해보면 지적 자본이야말로 최고의 자산입니다. 이를테면, 소비자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관한 빅데이터는 고객의 거래 정보나 위치 데이터보다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취급을 받습니다. 인재 확보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신흥국 대기업이나 기술 기업과의 인재 확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역풍이 순풍을 밀어낼 다음 10년간의 전쟁에서 패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미와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이익 수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맥킨지는 전망합니다.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예측가능성은 떨어지며 경영 환경은 열악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거의 영광을 앞으로도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대대적 변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심성, 민첩성, 낙관주의는 성공한 기업의 특징이지만 역풍이 순풍을 밀어낼 다음 10년 동안에는 이런 특징을 2배로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해외 다국적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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