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mium > 전략/혁신
은근하게 진행되는 럭셔리 브랜딩
2015-12-24 | 김현진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김현진입니다. 루이뷔통은 대표적인 명품 기업입니다. 매출 규모나 브랜드 가치로 여전히 명품업체 사이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이뷔통 핸드백 중 가장 흔한 스피디백은 최근 ‘3초백’ ‘지영이백’ 등으로 불리며 은근한 조롱을 받기도 합니다. 거리를 걸어다니다보면 3초 만에 같은 가방을 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든지, 가장 흔한 여성 이름 중 하나인 지영이를 내세워 ‘지영이들이라면 다 갖고 다니는 백’이라는 의미가 담긴 조롱섞인 표현입니다. 이는 명품이 지나치게 대중화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마침 엘리트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는 ‘비과시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 트렌드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의 ‘명’과 ‘암’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9월호에서 은근하게 진화하는 럭셔리 브랜딩 방식을 다뤘습니다. 런던대 로열홀러웨이의 마케팅 담당 지아나 에카트 교수는 최근 10년 간 ‘비과시적 소비’가 부상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과거 명품을 사던 엘리트 소비자들이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혀 남의 눈에 확 띄는 전통적인 럭셔리 제품보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아는 사람만 겨우 알 수 있는’ 은근한 제품 또는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는 현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서양이나 럭셔리 제품의 역사가 깊은 국가에선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신드롬인데, 에카트 교수는 2012년, 안식년으로 머물게 된 중국에서조차 이런 변화가 나타나난 것을 묵도하곤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습니다. 럭셔리를 과시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중국인들조차 갑자기 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태도를 비웃고 심지어 옷에서 상표를 떼어내기까지 하는 사례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에 에카트 교수 팀은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행동을 조사해 소비자들이 럭셔리를 보다 ‘은밀한’ 방식으로 소비하게 된 원인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세 가지 요인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첫째, 브랜드 로고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부를 드러내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각종 세컨드 라인을 내놓으며 사용자 층이 확산됐고 명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렌트 더 런웨이’ 같은 서비스업체, 럭셔리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재빠르게 모방해 내놓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도약으로 더 이상 럭셔리 제품과 그 디자인이 특별하지 않게 여겨지게 된 것입니다. 둘째, 노골적인 신분 상징에 대한 상류층 소비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2000년 대 말 경기 침체기에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자산가치가 뚝 떨어져 시름하던 시기, 나 혼자 럭셔리 로고로 치장된 옷이나 액세서리로 부를 뽐내는 것을 주저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회정서상 또는 도덕적으로 이런 시기에 지나치게 ‘블링블링’한 의류, 더군다나 로고로 가득한 과시적 디자인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셋째,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브랜드 로고를 크게 드러나지 않고도 충분히 엘리트적이고, 소수의 고급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브랜드가 동료 소비자들 사이에 활발히 공유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고트 여성복, 보테가 베네타 가방, 킴프턴 호텔, 블루보틀커피 등이 대표적 브랜드들입니다. 이런 제품을 선호하는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은 서로 ‘미묘한 신호’를 주고받으며 평범하지 않은 안목을 가졌음을 서로 인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눈에 확 띄는 브랜드 로고보다 더 은밀하고 더 확실하며, 더 지속가능한 정서적 우월감을 준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의 경영자,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등 업??관계자들은 모두 이런 변화가 시작됐음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고객이 로고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브랜드 입장에서 손쉽게 ‘로고의 힘’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에카트 교수 연구팀은 기업이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두 가지 비법을 언급합니다. 첫째, 브랜드명과 ‘럭셔리스러움’이 은근하게 드러나도록 상품을 다시 디자인하기입니다. 이미 루이뷔통, 테슬라, 아우디 등은 로고를 작게 줄이거나 옵션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기내 좌석 배치를 바꿔 비즈니스석과 일등석 승객이 특혜를 받는 모습이 이코노미석 승객들에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티파니는 패션 주얼리 상품에 들어가는 브랜드 명을 간단하게 T로 축약했습니다. 두 번째는 체험과 예술, 실용성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치몬드 그룹에 속한 중국 고급 의류 브랜드 ‘상하이탕’은 매우 중국적인 모티브와 사치스러운 디자인으로 브랜드 신호를 아주 요란스럽게 발산하는 전략을 펼친 끝에 고전하고 있는 반면, 에르메스가 소유한 ‘상샤’는 상품을 만드는 장인, 최상급 고객 서비스를 강조하는 보다 ‘겸손한’ 전략을 택한 끝에 중국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연구진은 사례로 들었습니다. 또 세계적인 호텔체인 ‘주메이라’는 각 체인 별로 옥상에서 양봉해 채집한 꿀을 곁들인 차 서비스를 펼치거나 바다거북 재활프로그램 지원 등 새로운 경험을 내세우는 차별화 전략으로 VIP고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애플은 애플워치의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실용적 효용을 강조해 명품 시계 제조사들과의 경쟁에서도 꿋꿋이 제자리를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럭셔리 마케팅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면 에카트 교수의 마지막 결론을 특히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과시를 피하는 경향은 세계적 추세다. 럭셔리는 갈수록 사회적이기보다 개인적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감사합니다.

내용 모두 펼치기
HBR Premium은 유료 서비스입니다.
10인의 디렉터가 쉽게 설명해주는 HBR Premium!
HBR Premium을 구독하고 디지털 서비스까지 이용하세요!
프리미엄신청
관련 아티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