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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시스 그룹 CEO가 소프트 지표로 경영하는 법
2016-01-11 | 김현진 에디터

안녕하세요, 김현진입니다. “성과에 따라 보상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하지만 이게 현실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매출이나 이익 같은 실적 지표를 토대로 보상을 하면, 단기간에 무리하게 실적을 높이려는 경쟁이 촉발되고 장기적으로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거래처를 개척한 사람보다 운 좋게 큰 거래처를 물려받은 사람이 더 큰 보상을 받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장기적 발전에 기여하는 성과보상체계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이런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흥미로운 사례가 실렸습니다. 경제 컨설팅업체인 애널리스트 그룹의 CEO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성과보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사를 쓴 애널리스트그룹의 여성 CEO, 마사 새뮤얼슨은 창립자의 정신에 끌려 애널리스트 그룹에 입사했고 이후 큰 성과를 내면서 1998년 공동 CEO에 취임했습니다. 그 때부터 새뮤얼슨은 파트너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컨설팅 업계는 예나 지금이나 대개 개별 사무소와 사업 부문의 수익성을 꼼꼼히 확인하고 측정해 평가 및 보상 체계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내부 경쟁과 분열을 일으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보상 책정은 특정한 공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는데, 누가 새로운 매출을 올렸나에 따라 파트너들의 보수가 정해지는 일종의 중개료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새무얼슨이 애널리스트 그룹에 왔을 당시 대략 60명의 직원과 세 개의 사무소가 있었습니다. 업무의 절반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소송 지원, 나머지는 절반은 경영 컨설팅이었습니다. 애널리스트그룹은 전문 소송업무에 집중한 덕분에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비즈니스의 75%는 소송 문제와 관련된 응용경제, 재무, 통계 분야에 집중돼 있습니다. 현재는 45명의 파트너와 700명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11개의 사무소와 19개의 사업 영역으로 이뤄진 애널리스트 그룹은 각 사무소의 수익성을 개별적으로 따지지 않습니다. 일이 몰려 바쁜 사무소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무소에 사람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조직 전체를 위해서 당연한 일이지만 , 사무소별로 업무 평가를 하는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이런 협력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사뮤엘슨은 회사를 하나의 공동체로 여기게 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소속감과 응집력을 높여 파트너들이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뮤엘슨은 먼저 보상 책정 모델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통상 컨설팅 업계가 지금까지 얼마나 매출을 창출하고 얼마 만큼의 업무 시간을 들였는지를 기계적으로 입력해 성과를 산정했던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계로 산출하는 이런 산술 평가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누가 공로를 인정받아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팀 단위로 일하는 세일즈 관련 업무에서 누가 가장 공이 큰지 따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매출을 기준으로 한 평가도 문제가 있습니다. 몇 년 전 한 번 큰 거래를 이끌어 내면 적어도 수년 간 그 고객과의 사업관계가 이어지기 때문에 매출을 중심으로 평가하면 과거의 성과가 너무 많이 반영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매출 기여도만 중시하면 후배 파트너에게 거래처를 넘겨주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게 됩니다. 또 근무시간을 고려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업무의 질이 근무 시간은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양적 지표로 보상을 하면 멘토링이나 채용처럼 조직에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다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게 됩니다. 고민 끝에 애널리스트그룹은 모든 직원이 스스로 한 해 동안 어떤 업적을 달성했는지 자기 평가서를 상세하게 작성하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습니다. 이 평가서에선 앞에서 지목했던 멘토링, 채용 같은 평가도 포함됩니다. 애널리스트 그룹은 직원들이 자세한 내용의 평가 보고서를 내면, 간부들이 이를 신중하게 검토해서 보상 수준을 결정합니다. 내용이 자세하기 때문에 검토 과정도 무척 길다고 합니다. 애널리스트 그룹에서 평가 작업은 10월에 시작해서 이듬해 3월까지 수많은 회의를 통해 장기간 이뤄진다고 합니다. 이 기간 중 개인의 기여도를 평가하고 장기적인 발전 목표를 정하게 된다는군요. 물론 이 시스템이 전 직원을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직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물론 보상 수준에 대한 이견이 생기기도 하지만, 불편한 이야기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고 합니다. 애널리스트그룹은 보상 체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중대한 결정을 또 하나 내리게 됩니다. 주식시장에 기업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컨설팅업계는 90년대 후반, 기업공개에 나섰고 경영진에게 큰 부를 안겨다줬습니다. 하지만 기업 공개는 회사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재무 성과만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압박을 심하게 받는다는 단점에 주목했습니다. 기업 공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0년 경제 위기 때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나이든 직원을 상당수 내보내는 일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전문 서비스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할때 나이 많은 직원을 내보내곤 하는데 이 회사는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기업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리더십을 강화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조직원들이 CEO를 단순히 돈만 바라보는 탐욕스런 존재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조직원들은 CEO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단지 그 혼자만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게 됐습니다. 즉 CEO와 구성원들 간의 신뢰가 확보된 것입니다. 사뮤엘슨은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이론인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라는 말이 꼭 현실세계에서 잘 통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너무 치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나친 측정에 의존하는 것보다 흥미로운 문제를 풀게 하고 업무에서 의미를 찾게 해주는 일이 직원들에게 훨씬 큰 보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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