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언용입니다. 여러분들이 쓰시는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기간 끝나시면 한 번씩 통신사를 바꾸는 것을 고려하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고객 이탈은 해당 기업 입장에서 매우 골치 아픈 일입니다. 고객 이탈은 통신사, 케이블TV, 헬스클럽 등 대부분 서비스 산업체에 큰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 이탈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약정 같은 강제적 방법 외에도 포인트나 마일리지 같은 혜택을 주거나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 경쟁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설계된 제도가 오히려 고객 이탈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HBR에 실렸습니다. 사업이란 게 원래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은데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고객 이탈을 가져온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고객별 사용 패턴에 적합한 최적의 요금제를 추천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요금제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하다 보니 고객들이 이를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사용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동통신사가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요금제를 추천해주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이탈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탈 가능성 높은 고객들을 미리 찾아 필요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한다면 더욱 효과가 좋겠지요...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대와 달리 통신요금을 많이 쓰는 고객에게 더 효율적인 요금제를 제시하면 그냥 가만히 있을 때보다 고객 이탈률이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완전 긁어 부스럼이 된 상황인데요, 왜 이럴까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에바 아스카르샤 교수 연구팀은 남미 무선통신업계 고객 6만5천명 대상으로 실제 현장실험을 실시한 결과 이런 재미있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구팀은 통화시간이 많아 더 높은 요금제를 변경했을 때 이익을 보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들 중 한 그룹에게 요금제 변경과 추가 우대책인 현금환급을 제안했고 나머지 그룹은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실험 3개월 후, 결과를 보니 통신사로부터 연락 받은 고객 중 10%가 타사로 옮겨버렸습니다. 반면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았던 대조군의 이탈률은 6.4%에 그쳤습니다. 적극적인 개입이 이탈을 막기보단 역으로 이탈률을 높여버린 셈입니다.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왜 이런 역효과를 낳았을까요? 연구자들은 2가지 이유를 설명합니다. 첫째, 많은 고객들은 순전히 관성(inertia) 때문에 최고의 대안이 아니더라도 기존 요금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다른 옵션을 고려하게 하면, 그 관성이 사라지고 기존 서비스 기업뿐만 아니라 경쟁사 옵션들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다른 옵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거지요.. 둘째, 통화시간 초과된다는 것은 일종의 모닝콜처럼 작동해서 고객이 인지하지 못했던 초과지출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요, 손실을 인지한 고객이 서비스 이탈을 고려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객 이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아스카르사 연구진은 좀 더 세밀하게 공략대상을 선정해서 마케팅을 하라고 추천합니다. 무선통신 서비스 이용자를 다양한 요인에 따라 분류하고 각 그룹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연구자들은 몇 가지 위험 신호들을 구분해내었습니다. 예를 들어 월 기본 통화량을 심하게 초과했거나, 사용량의 변동이 많은 사람들은 요금제 추천 마케팅 캠페인이 끝난 후 오히려 가입한 서비스를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사용량 초과분이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꾸준한 사용량을 기록하는 고객을 공략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런 역효과를 막을 수 있습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오히려 고객이탈이 더 유발할 수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려할 때 그 부작용도 반드시 고려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