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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은 고객 어떻게 대해야 하나
2016-01-28 | 이방실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이방실입니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일찍이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분명 이성의 동물이긴 하지만 이성은 감정의 노예일 뿐이라면서 말이죠. 굳이 철학적 논쟁을 거치지 않더라도 흄의 통찰은 인간의 단순한 구매 행위만 보더라도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지 말지, 또 이걸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우리 대부분은 감정의 영향을 받습니다. 당연히 기업 입장에선 고객들의 감정을 제대로 읽고 그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겠죠. 특히나 고객이 출산, 결혼, 질병, 죽음처럼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라면, 그 불안과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고객들의 감정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낭패를 볼 때가 많습니다 어떤 서비스가 고객에게 극심한 감정 동요, 즉 High Emotion을 일으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 있습니다. 장례 서비스가 대표적 옙니다. 갑작스레 장례식을 치러야 하는 것도 힘든데 장례 서비스의 옵션이 복잡하기 짝이 없다면 슬픔이 배가될 게 뻔합니다. 서비스가 잘못됐을 때 발생할 피해 규모가 너무 클 경우도 고객에게 극심한 감정 동료를 불러일으키죠. 이혼 법률 소송에서 패소해 위자료도 제대로 못 받고 양육권까지 빼앗기는 경우를 상상해 보면 금방 이해가 되실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High Emotion, 즉 고감정 서비스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원칙은 없을까요? 흥미롭게도 이번 HBR코리아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있는 암환자들을 치료하는 선진 의료기관들의 사례 분석을 통해 총 4가지 원칙을 도출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감정 유발 요인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미국 위스콘신주 소재 병원인 벨린헬스시스템은 암센터 기획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암환자들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을 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환자들 대부분이 암센터를 본원 안에 세우면 안 된다고 답했답니다. 병원 본원이 환자들에겐 복잡하고 불편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에 따라 벨린헬스시스템은, 원래 본원 한쪽에 세우려던 당초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대신, 암센터를 본원에서 수 마일 떨어진 고속도로변에 독립 건물로 설계했죠. 내부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효율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환자에게 차분하고 평안한 환경을 제공해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겪는지 파악하기 위해 ‘강물지도그리기(River Mapping)’란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암환자가 진단 치료 과정에서 겪은 전 감정을 강물에 비유해 급류로 표현하거나 잔잔한 물살로 표현하게 하는 기법입니다. 실제로 이 기법을 활용해보면 고객들의 감정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병원들은 환자를 잘 대우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강물지도 그리기를 해보니, 많은 암환자들은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 본인외에도 환자의 가족들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대하는지를 토대로 병원의 서비스 수준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또 병원의 진료 등록 과정 등 비의료 서비스도 감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관련 서비스 개선 계획을 실행했다는군요. 두 번째 원칙은 고객의 격한 감정에 조기 대응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먼저 고객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일지에 대해 교육을 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불안감의 주요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HBR에서 연구한 대부분 병원에선 처음 방사선 치료를 앞둔 환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향후 치료 과정에 대한 Q&A 세션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병원에선 치료에 앞서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치료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의료진의 몸짓, 목소리톤, 외모 등 사소해보이는 요소들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정적 표현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한 암병원 창립자는 중증 암환자에게 “더 이상 해드릴 게 없습니다”란 식의 표현은 절대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대신 “얼마나 오래사는지보다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집중하자”란 표현을 사용하게 했다고 합니다. 사소한 말투 하나가 환자의 감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원칙은 고객의 통제력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가장 필요로 하는 절박한 순간에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고객에게 주는 게 목적입니다. 벨린헬스시스템의 경우 암환자 누구에게나 간호학 혹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코치’들을 한 사람씩 배정해 주고 언제든 궁금한 사항에 대해 연락할 수 있도록 직통 번호를 제공해 줍니다. 메이요 클리닉 애리조나 병원에선 갑자기 상태가 악화된 암환자들을 위해 응급 암치료 클리닉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두 환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들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 원칙은 고객과 정중한 태도로 소통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훈련시키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선진 의료기관들은 최고의 서비스를 수행한 직원들의 모범 사례들을 뽑아 문서화하해 직원들 간 공유하는 데 힘쓰고 있었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경우엔 4만3000명의 직원들이 환자와 더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 방법을 전직원에게 알리기 위해 특별 동영상을 제작했을 정도입니다. 암치료는 고객에게 극심한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고감정 서비스의 완벽한 예시입니다. 그리고 벨린헬스시스템이나 메이요클리닉처럼 HBR에서 제시한 병원들의 케이스는, 모두 죽음을 앞둔 암환자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완화해 주면서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성공한 실제 사례들입니다. 병원들이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건, 그보다 훨씬 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고객들을 상대하는 일반 기업들은 더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뜻 아닐까요? 이번 HBR에 소개된 선진 암센터들의 사례를 통해 고감정 서비스를 기획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법을 배워가실 수 있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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