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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무기로 한 협상의 기술
2016-02-01 | 김남국 에디터

우리는 인생에서, 그리고 비즈니스에서 수많은 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협상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많은 책과 강의들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트렌드가 목격됩니다. 과거 협상은 주로 로스쿨이나 경영대학원에서 법률이나 경영학 전공 교수들이 가르쳤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론을 가르치는 게 협상의 주된 쟁점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리학자들이 협상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간의 심리, 특히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협상가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HBR에도 ‘감정을 무기로 한 협상의 기술’이란 제목의 아티클이 실렸습니다. 분노나 슬픔, 실망, 불안, 질시, 흥분, 후회 같은 감정들이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반드시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감정별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선 불안감입니다. 원하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은 일단 상황을 피하고 도망가라는 신호를 우리의 뇌에 전달합니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낀 사람은 포부와 기대치가 낮아지고 협상가를 소심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실제 실험을 해봤더니요, 영화 사이코에 나오는 위협적인 주제음악 같은 것을 들려줘서 불안감이 고조된 실험 참가자들은 첫 제안을 할 때 더 소심하게 제안했고, 상대의 움직임에 더 빨리 반응했으며 협상을 더 빨리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재무적으로 12%정도 낮은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특히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은 상대의 말에 훨씬 더 잘 현혹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귀가 더 얇아진다는 것인데요, 자신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람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을 나타났습니다. 그러다보니 능수능란한 협상가들은 교묘하게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예를 들어 노련한 벤처 투자자들은 창업자에게 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면서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싼 값에 사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안감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첫째는 경험입니다. 비행기 타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을 치료할 때 처음에는 비행기 모습과 소리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그 다음에 비행기 좌석에 앉아보게 하고, 맨 마지막에 비행기를 타게 해서 점진적으로 노출 수준을 높여나간다고 합니다. 협상에서도 시뮬레이션과 실습을 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전문가들은 당연히 불안감도 덜 느끼고 현란한 기술도 활용할 줄 압니다. 운동선수나 작가, 배우들이 대리인을 내세워 협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불안감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감정은 분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분노가 협상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에 대해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 제로섬 게임인 경우, 예를 들어 두 번 다시 볼 일 없는 낯선 사람과 차를 사고파는 거래를 한다면 분노가 효과적으로 먹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분노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합니다. 분노하면 갈등이 커지고, 편견이 조장되며, 협상이 교착상태로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분노하는 척 하더라도 실제 분노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분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상 상대방과 함께 윈윈의 해결방안을 찾는 다는 점을 명확히 표명하고, 감정이 고조되면 일단 휴식을 요청해 진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분노의 감정을 슬픔으로 규정하고 대응하면 상대와 슬픔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군요. 분노와 연관된 감정인 실망은 묘하게 협상에서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실제 부모님이 “너 때문에 매우 화가 났다”고 말하면 자녀들은 움츠러들거나 반항심이 생기지만, “너에게 매우 실망했다”고 말하면 왜 실망했는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는 반응을 유도합니다. 따라서 실망감이 생겼다면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방법입니다. 물론 상대에게는 가급적 실망감을 일으키지 않는 게 좋습니다. 상대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으려면 협상을 천천히 신중하게 하고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행복감이나 흥분은 좋은 감정 같지만, 협상에서 이를 드러내면 대단히 위험합니다. 협상을 끝내고 과도하게 행복감을 표현하면 상대는 크게 실망감을 느끼고 협상 파기나 재협상을 요청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미국 풋볼리그에서는 터치다운을 했을 때 과도한 세리머니를 금지한다고 합니다. 불필요하게 상대에 악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죠. 불안감은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화를 낼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실망감이 생기지 않도록 더 많이 대화하고, 행복감이나 흥분은 밖으로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협상의 성패, 감정이 좌우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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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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