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인재입니다. 개혁 없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 주력 제품이나 사업을 바꿔야 할지 판단하는 일은 매우 힘든 결정입니다. 변화를 실행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개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더라도, 이를 10년 안에 완수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리더는 3분의 1 정도에 그친다고 합니다. 결국 많은 리더들이 ‘일단 기다려 보자’는 접근방식을 택하곤 하는데요. 블록버스터, 컴팩, 코닥, 모토롤라와 같은 사례들이 증명하듯, 그때가 되면 너무 늦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더는 회사가 변화해야 할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조직의 토대가 보기보다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말씀드릴 5가지의 ‘폴트 라인’을 감지할 수 있는 경영진은, 해당 산업에 임박한 지각변동에 대한 조기 경보를 받고, 그에 대해 더 잘 대응할 수 있습니다. 폴트라인이란 우리 말로 ‘단층선’ 인데요. 마치 지층이 갈라지는 것처럼 매우 큰 변화나 차이, 혹은 그 변곡점을 뜻하는 말로도 쓰입니다. 첫번째 폴트라인은 ‘고객 니즈’입니다. 현재 고객의 니즈와 미래 고객의 니즈 사이에 존재하는 폴트라인을 감지해야 합니다. 1997년 네슬레는 글로벌 최대 식품 회사로 매출의 70%가 음료와 초콜릿, 제과류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CEO인 피터 브라벡-레트마테는 소비자 행태가 급변할 수 있으며, 네슬레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네슬레를 ‘성공적인 식음료 기업’에서 ‘영양과 건강, 웰빙 중심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로부터 15년 뒤, 신규사업 부문의 비중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미래 소비자들의 니즈에 주목하고, 현재 중요한 고객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니즈와 좌절감을 찾아 내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두번째 폴트라인은 ‘성과측정지표’입니다. 어떤 산업이 변곡점에 도달하면 기존에 성과를 측정하던 지표는 미래의 급격한 쇠퇴나 실패를 감지하는 경영진의 눈을 가리는 속임수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의료보험 회사 애트나는 대부분 보험회사가 그러하듯 ‘신규 가입자 유치’에 주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의료보험 서비스는 쇠퇴하고 종합적인 의료관리 프로그램으로 산업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자 애트나는 ‘기존 고객 유지’가 더 중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주요 성과 지표로 삼았습니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는 2008년 핵심 성과 지표를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수’에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구독률과 갱신율’로 바꾸고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했습니다. 이들 기업의 성공은 과연 우리한테 지금 중요한 지표가 고객도 가치를 두는 정말 중요한 지표인지 제때 점검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세번째 폴트라인은 ‘업계 내 위치’입니다. 만약 다른 회사들이 우리 회사의 주력사업 분야에 더 낮은 가격으로 침투한다면 이는 세번째 폴트라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복사기의 대명사 제록스는 1990년대 후반 캐논과 리코 등 아시아 경쟁사들의 가격 경쟁에 직면했습니다. 2001년 신임 CEO 앤 멀케이는 과감하게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서비스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5년 후 제록스의 기존 핵심사업은 쇠퇴했지만, 신규 사업부문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업계 생태계에서 자신의 위치가 공격받을 때가, 바로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입니다. 네번째 폴트라인은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지금까지 주효한 비즈니스 모델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수익을 창출한다고 해서 그 상황이 미래에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당장은 돈이 안되더라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다면 주목해 봐야 합니다. 넷플릭스는 1990년대 말 우편주문 DVD 서비스를 내 놓아, 당시 주류였던 대형 비디오대여 체인점을 뛰어 넘었습니다. 그런데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2011년 우편주문 DVD 서비스를 별도 회사로 분리시키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때 수십만 명의 고객이 서비스를 해지하는 등 내외부의 반발이 커, 전략을 일부 조정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넷플릭스의 매출은 두배로 뛰었습니다. 헤이스팅스가 선견지명이 있었음은 오늘날 누구나 수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폴트라인은 ‘인재와 역량’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앞서 네 가지의 폴트라인이 감지됐을 때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 회사의 인적 자원이 미래의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면, 이는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임을 알려주는 확실한 지표가 됩니다. 적합한 자질을 갖춘 인력을 찾는 것뿐 아니라, 직원들이 새롭고 불확실한 분야로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역량과 태도를 갖추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폴트라인 모델을 활용하면 기존 주요 사업이 붕괴되는 사태에 직면할 것인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선제적 개혁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길어질 때, 변화는 더욱 힘든 과업이 됩니다. 중요한 점은, 상황이 심각해져 새로운 계획을 실행할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없어지기에 앞서, 결정적인 신호를 감지하고 즉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