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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편견을 넘어서라
2015-10-14 | 고승연 에디터

등산을 하다 뱀을 만나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반사적으로 도망을 가든지 뱀을 때려잡든지 하겠지요. 그 어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생각에 앞서 몸이 먼저 움직일 겁니다. 이걸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시스템 1 사고’라고 부릅니다. 다른 말로 ‘직관 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 2 사고’는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고 이성적으로 따져본 뒤에 결정을 내리는 ‘숙고 체계’라고 보면 됩니다. ‘시스템 1’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즉 위험에 처해있을 때 본능적으로 재빨리 상황을 피하거나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진화해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영향이 자꾸 기업을 경영하거나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도 개입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숙고를 방해한다는 거지요. 여러분 기업에서 해외 사무소 하나를 새로 개설하기로 하고 그 책임자를 선발하려 합니다. 여러 지원자 중 한 사람이 특히 적합해 보입니다. 서류상으로 완벽해 보이고 면접 때에도 흠잡을 데 없는 답변을 했습니다. 대인관계도 나무랄 데 없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데, 왠지 이 사람을 선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경우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 지원자를 뽑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뭔가 모를 그 찜찜함은 보통 다른 스트레스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지원자에 대해 정말 동물적 감각으로 뭔가를 알아낸 게 아니라는 거지요. 다른 어려운 결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쌓인 부정적 감정이 전혀 별개의 사건인 ‘해외사무소 책임자 선발’에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죠. 방금 말씀드린 ‘해외사무소 책임자 선발사례’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5년 5월호에 실린 기사 ‘스스로의 편견을 넘어서라’에 나온 얘깁니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우리는 ‘직관’을 갖게 되는데, 이게 우리의 ‘인지 편향’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끝없이 우리의 합리적 결정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당히 많은 방법이 있지만,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것 몇 개를 제시해보겠습니다. 첫째, 세 가지 예측을 해보는 겁니다. 다음 달엔 고객이 우리의 제품을 얼마나 주문할지 시장데이터를 수집하고 예측을 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고민을 하면 할수록 이전의 경험이 만들어 낸 ‘감’ 그리고 인지편향에 의해, 그리고 다른 고민요소들의 심리적 방해로 인해 ‘처음에 대충 느낀 대로’ 예측을 확정합니다. 그리고 그 예측에 맞는 자료를 본능적으로 꿰어 맞춥니다. 확신은 더 강해집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상치 자체를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장 높게, 그리고 가장 낮게, 또 중간수준으로 각각 잡아봅니다. 메모리칩 제조회사라고 하면, 다음달에는 메모리칩 판매량이 1만개를 밑돌가능성이 10%, 반대로 아주 예상치를 높게 잡아 5만개 이상 판매할 가능성이 10% 라고 예측을 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중간지점도 생각해보는 거지요. 이 세 예측치를 머릿속에서 오가는 과정에서 인지편향과 직관에 대한 알 수 없는 믿음은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둘째, 목표를 하나하나씩 따로 살펴보는 겁니다. 바로 이해하기가 어려우실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보죠. 새로운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을 무엇으로 정해야할지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가 ‘이전과는 다른 세대 특성을 고려하고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함’이라고 합시다. 이 두 개를 쪼갭니다. 신세대 특성을 고려해 ‘모바일 시청이 가능한 강좌도입’, ‘게임성 강한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경영환경을 고려한 교육은 ‘혁신캠프형 교육’, ‘대가 초청 강연’ 등의 대안이 있을 겁니다. 이 네 가지 대안을 토대로 ‘혁신과제가 주어지는 모바일 게임형 교육프로그램 도입’이라는 결론을 낸다면 막연한 직관에 의한 결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택권이 사라지는 테스트’를 해보십시오. 사람들은 한 가지 믿을 만한 선택권이 생기면 보통 그대로 밀어붙이고 싶어 합니다. 더 좋은 대안이 있을 수 있는데도 찾아보지 않습니다. 이때에 ‘저울질 하던 여러 안 중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즉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자 특정 국가를 지정해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면, 아예 그 투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해보라는 겁니다. 그러면 차라리 같은 자원으로 대대적인 온라인 매장 업그레이드,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에서의 채널 혁신 등 다른 ’성장동력‘을 떠올릴 수 있고 오히려 전체 비즈니스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나만 예측하지 말고, 세가지 가능성을 모두 예측하라. 목표를 따로 따로 쪼개서 살펴보라, 선택권이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고 대안을 찾아라. 합리적 선택을 위한 3가지 대안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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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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