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주식투자 하시나요? 오늘은 주식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주식투자에서 확실히 성공하는 비법 같은 걸 들려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그런 건 저도 물론 모릅니다. 대신 기업 경영과 주가의 관계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TV뉴스나 신문기사를 보면 매일매일 코스피, 코스닥 주가지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올라간 날엔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활기찹니다. 주가가 떨어진 날엔 목소리가 다급해지죠. 주가가 올라가면 춤을 추고, 떨어지면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주가가 오르면 좋기만 한 걸까요? 생각해봅시다. 주식은 사는 사람이 있으려면 파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주가가 오르면 돈을 버는 사람도 있지만 꼭 그만큼 누군가의 기회이익이 날아가는 셈입니다. 코스피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뉴스 앵커가 괜히 좋아할 일은 아니죠. 투자자가 아닌, 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斂〈?경영자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주요 기준입니다. 그래서 주가가 오르면 경영자가 칭찬을 듣습니다. 저희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매년 말 한국과 글로벌 CEO 성과 평가를 할 때도 주가상승이 주요 요소로 반영됩니다. 하지만 주가상승에는 심각한 부작용도 있습니다. 2015년 12월호 기사에서 토론토 로트만경영대학원의 로저 마틴 교수는 이를 overvaluation trap, 과대평가의 덫 이라고 부릅니다. 회사의 주가가 1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오르면 주주들의 기대 역시 열 배 높아집니다. 배당금도 올려줘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높아진 기대감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경영자가 근시안적이고 무리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가와 회사가치가 과대평가된 기업은 멋있어 보이는, 이른바 ‘뜨는’ 기술이나 기업에 거액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 닷컴버블 시대에 글로벌크로싱이라는 미국의 통신업체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광섬유 통신케이블을 까는데 수십억 달러를 썼습니다. 주주들에게 이 케이블망이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인터넷 통신량이 광섬유케이블 용량의 일부에 불과했기 때문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었고, 결국 저가에 자산을 매각해야 했습니다. 주가는 폭락했는데요, 경영진은 그 전에 스톡옵션을 다 팔고 나갔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입니다. 잘나간다는 스타트업 기업이 벤처캐피탈로부터 수백억 투자를 받아서 자기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보다는 멋있어 보이는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하는데 돈을 씁니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럴 거면 애초에 스타트업이 아니라 금융투자회사를 차리는 게 나았겠죠. 금융산업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미국의 시티그룹은 2006년까지 주가가 너무 올라버려서, 일반적인 은행영업으로는 그런 주가에 맞는 영업이익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영진이 어쩔 수 없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high-risk, high-return 파생상품에 위험할 정도로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결국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주가가 564달러에서 10.2달러까지 굴러 떨어졌습니다. 미국정부의 도움 없었으면 그때 망했을 것입니다. 장기적 안목을 가진 올바른 경영자라면, 주가가 과소평가 됐다고만 불평할게 아니라 주가가 과대평가 됐을 때도 불평해야 합니다. 투자자의 기대를 적절히 낮출 필요도 있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병이 납니다. 물론 글로벌크로싱의 CEO처럼 내 임기 중엔 최대한 주가를 띄우고 나중에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후임자에게 넘기고 도망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희 HBR 프리미엄 회원들께서는 그러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