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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협상을 장악하라
2016-03-10 | 김현진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김현진입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표정 관리를 하고, 상대방과 ‘밀당’을 하는 방법. 이와 관해 조언하는 글과 책은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들이 이미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결정돼 있다면 협상 자체와 관련한 노하우는 무용지물이겠죠. HBR은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협상을 장악하는 방법, 즉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4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용 이전에 절차부터 협상하라’입니다. 흔히 협상의 내용에 매몰돼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사전에 체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절차 안에 협상 결과에 궁극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반전’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HBR은 그 예로 2,3년 전 한 벤처기업의 공동 창업자 두 명이 자신들에게 1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대기업 CEO와 회동을 했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이미 일주일 전 양측이 투자 금액과 가치 평가액에 대한 합의를 본 상태였기 때문에 공동 창업자들은 이날의 만남이 그저 투자 건을 축하하는 자리가 될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의실에 선 순간 두 사람은 뜻밖에도 한 무리의 변호사와 은행 간부들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재협상에 돌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다 합의된 사항이라고 설명해도 별 소용이 없었죠.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지난 번 회의에 대해 두 사람이 큰 오해를 한 것이라도 있는 걸까요. 다행히 배짱이 좋았던 두 공동 창업자는 원래 조건대로가 아니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CEO가 직접 전화를 걸어 초기안을 수용한다고 밝혀왔습니다. 두 사람은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일이 틀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저지른 실수는 무엇일까요. 바로 거래의 내용에만 치중하느라 절차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입니다. 내용 이전에 절차부터 협상해야 합니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귀사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누가 참여해야 하는지, 협상의 속도를 늦추거나 높일 만한 요인은 무엇인지, 우리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할 만큼 중요한 단계나 날짜가 있는지 등이 바로 절차에 대해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현실적인 기대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즉 진행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들이 ‘정상적’인 것임을 미리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업 파트너가 특정한 환경이나 문화권에서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면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오해를 할 소지가 높습니다. 아시아에서 제조공장 여러 개를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하는 서양 기업 최고경영자가 자신이 사는 도시로 직접 와서 회동을 갖기 전에는 절대 거래를 트지 않습니다. 이는 공항에서 3시간은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한 제조공장을 방문해봐야 여기서 일어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예기치 못한 납기 차질 등이 일어 났을 때 이쪽의 능력을 탓하거나 지적 자산을 훔치고 있다는 등의 오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세 번째는 협상지도를 그리라는 점입니다. 즉, 거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관계자의 관점을 따져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어떤 기업에 4명의 주주가 있었는데 분쟁이 자주 일어나서 최대 지분을 보유한 X기업이 나머지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수지분을 가진 한 주주가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자문을 의뢰했다는군요. 이 의뢰인은 당초 X기업이 다른 두 소수주주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고 난 다음에 최종적으로 X기업과 협상을 하려고 계획했다고 합니다. 맨 마지막에 협상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죠. 그런데 협상 참가자들의 이해관계를 지도로 그려보니 전혀 다른 시사점이 나왔습니다. X기업은 평판을 중시했고, 기업의 지배권을 원했기 때문에 과반의 지분만 얻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소수주주인 A기업은 X기업과 분쟁을 벌이고 있어 지분을 팔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의뢰인이 먼저 지분을 팔겠다고 나서면 이사회 과반 의석을 X기업이 확보할 수 있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관계자 전체의 이해관계를 알아야 훌륭한 협상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 요인은 ‘프레임을 장악하라’ 입니다. 당사자들이 협상을 보는 프레임, 즉 심리적 렌즈는 협상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예를 들어, 혁신 기술을 장착한 신제품의 가격이 구형모델보다 5배나 더 비쌀 때 고객들은 “다른 회사보다 5배나 더 많이 받겠다는 뜻이냐”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사원이 “비싼 건 알지만....”이라고 비싸다는 사실을 인정하거나 황급히 가격을 조정해주겠다는 뜻을 내비치면 협상은 보나마나 상대방에 의해 끌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련한 협상가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절대 섣부른 사과를 해서는 안 됩니다. 사과는 자신도 그 가격이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흥정할 빌미를 줍니다. 훌륭한 협상가는 이때 프레임을 바꿉니다. 고객이 온통 가격이란 프레임만을 고수한다면, 영업사원은 가치라는 프레임으로 구도를 바꿔야 합니다. 즉 “우리가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데도 어떻게 더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씀이시죠?”라고 되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시다다시피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낼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제공하는 가치를 설명드리겠습니다”라는 식으로 가치 프레임을 전면에 부각시켜야 합니다. HBR은 손자병법>에서 동양의 지혜를 빌어 협상 전략을 마무리합니다. 모름지기 ?活岾繭?시작도 전에 승패가 결정되는 법이라는 대목입니다. 협상에 나서기 전, 거래 내용을 면밀하게 따져야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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