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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혁신이란 무엇인가
2016-03-24 | 장재웅 에디터

Disruptive Innovation, 파괴적 혁신. 경영학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용어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저급한 것으로 여겨지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선을 거듭하다가 어느 한 순간 주류 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말입니다. 이 개념을 만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일약 경영학계의 최고 스타가 됐습니다.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이란 별명까지 얻었고 경영 구루를 평가하는 'Thinker's 50' 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전세계 경영 구루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최근 HBR에 우려섞인 글을 투고했습니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가 너무 많이 쓰이면서 오용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수많은 연구자, 작가, 컨설턴트들이 업계가 재편되고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기업이 쓰러지는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를 남발한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파괴적 혁신이 아닌 사례에까지 파괴적 혁신이란 용어를 써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버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으로 차편이 필요한 승객과 이를 제공하려는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운송기업입니다. 이미 60여개 나라의 수백개 도시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기업가치만 약 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 다수의 모방자를 만들어 내며 미국 택시 비즈니스를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버를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텐슨 교수는 우버가 파괴적 혁신 사례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을 적용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첫째, 파괴적 혁신은 저가시장이나 새로운 시장을 발판으로 시작됩니다. 저가시장은 요구 수준이 높은 고객층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기업들이 외면한 시장을 말합니다. 파괴적 혁신 기업은 이런 로우 앤드 제품을 공급하면서 나타납니다. 또 파괴적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를 비소비자가 소비자로 바뀌는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예컨대 복사기를 개발한 제록스는 초기에 대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그들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서 높은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의 사서, 볼링장 운영자, 기타 소규모 고객은 가격 부담 때문에 복사기 시장에서 제외됐으며 먹지나 등사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가 1970년대 말에 새로운 도전자가 개인과 소기업에게 적합한 소형 개인용 복사기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이와 같이 비교적 소박한 출발로부터 개인용 복사기 제조기업은 서서히 제록스가 중점을 뒀던 주류 복사기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구축했습니다 우버는 이 두 가지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일단 저가시장에서 기회를 잡았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기존 택시 서비스가 고가의 고급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저가의 로엔드 택시 시장을 겨냥해 우버가 출시됐다면 우버를 파괴적 혁신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 택시 서비스는 다수 고객의 요구 수준을 넘어서는 고급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친절이나 청결 문제와 관련해서 고객들의 불만이 많았죠. 그렇다고 우버가 기존 택시가 너무 싸고 불편해서 대중교통 이용이나 자가 운전을 선택한 비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삼은 것도 아닙니다. 우버는 택시 서비스가 발달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며 우버의 고객들은 대체로 택시 이용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버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총 수요를 증가시켜왔는데, 이는 광범위한 소비자 요구에 보다 개선되고 저렴한 해결책이 개발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파괴적 혁신 기업은 저가 또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던 소비자를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해 주류 시장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우버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입니다. 또 하나, 파괴적 혁신은 주류 고객의 기준에 맞도록 품질을 향상시키기 전에는 주류 고객에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파괴적 혁신은 초기에는 기존 기업의 고객들에게 열등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반면 우버의 전략 요소 대부분은 존속성 혁신으로 평가됩니다. 우버의 서비스는 기존 택시보다 열등하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으며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약은 스마트폰을 몇 번 두드리는 것으로 해결됐고, 요금 결제는 현금이 필요 없이 편리하게 처리됐기 때문이죠. 또 서비스에 대한 승객의 사후 평가가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더욱이 우버는 정시에 신뢰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요금도 대개 기존의 택시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또는 저렴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택시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는데, 이는 기존 기업이 존속성 혁신에 위협을 느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그들은 호출 앱 같은 경쟁적인 기술을 채택하고 우버의 일부 서비스의 적법성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파괴적 혁신 이론의 올바른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론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이론을 적용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파괴적 혁신과 존속성 혁신의 차이를 구분해야 경쟁업체에 대한 대응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가지 명제를 잘 숙지해야 합니다. 첫째, 파괴는 과정입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기존 기업들이 파괴자를 간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1997년에 창업한 넷플릭스는 초기에 독점적인 온라인 인터페이스와 대규모의 영화 목록을 갖추고 있었지만 우편을 이용한 배달 방식 때문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습니다. 당장 비디오를 보고 싶어도 상품이 도착하는 데 며칠씩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이 시장의 흐름을 바꿨습니다. 넷플릭스가 인터넷을 이용한 비디오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은 콘텐츠를 매우 편리한 방식으로, 주문 즉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드디어 블록버스터의 핵심 고객층을 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전형적인 파괴적 경로였습니다다. 만약에 넷플릭스가(우버처럼) 자신보다 큰 기존 강자의 핵심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로 출발했다면 블록버스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반격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파괴기업은 흔히 기존 기업과 매우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합니다. 파괴를 달성하기 위해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의 아이폰입니다. 2007년에 애플이 시장에 선보인 제품은 기존 기업들의 주 고객층을 겨냥한 존속성 혁신이었지만 이후 아이폰의 성장은 파괴 모델로 더 잘 설명됩니다. 아이폰이 파괴한 것은 다른 스마트폰이 아니라 노트북입니다. 이와 같은 파괴는 단지 제품의 개선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달성됐습니다. 애플은 앱 개발자와 스마트폰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활발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게임의 법칙을 변화시켰습니다. 셋째는 파괴적 혁신은 성공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성공했다는 사실 때문에 파괴적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모든 사례를 파괴적 혁신으로 부르면 파괴적 혁신과는 다른 방법으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기업의 성공 전략에서 제대로 배울 기회를 잃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파괴하지 못하면 파괴당한다"라는 주문은 우리를 오도할 수 있다고 크리스텐슨 교수는 강조합니다. 기존 기업들이 파괴가 발생하면 대응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수익성이 있는 비즈니스를 해체하는 식으로 과잉 반응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존속성 혁신에 투자함으로써 핵심 고객층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게 더 바람직한 상황도 많습니다. 경영이론이나 지식은 잘 활용하면 매우 유용하지만 잘못 활용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성공이 파괴적 혁신으로 불리면 제대로 된 성공 요인을 찾기도 힘들고, 과잉 대응이라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론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괴적 경로를 밟는 기업을 선별하는 것, 실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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