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언용입니다. 사람의 감정의 동물이고 또 공감의 동물, 즉 호모 엠파티쿠스입니다. 그래서 머리에 호소하는 마케팅에서 가슴에 호소하는 감정마케팅이 유행하고, 그 중에서도 공감마케팅이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초코파이 정(情), 모 보일러의 <부모님 댁에 보일러 한 대 놔드려야겠어요>등이 많은 공감을 얻었던 사례들입니다. 그런데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려했던 마케팅 담당자일수록 고객에 대한 시장조사 자료를 무시하는 경향이 높다고 하네요. 영국 하툴라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고객과 공감하라고 요구를 받고 실제로 높은 수준의 공감을 한 마케터들은 고객도 자신처럼 생각할 거라 믿는 자기 본위의 편향이 더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고객과 공감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고객에게서 더 멀어지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인데요, 현업에 시사하는 바가 큰 연구 결과입니다. 하툴라 교수 연구팀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마케팅 담당자들의 개인적 선호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에 앞서서 일부 마케팅 담당자들로 하여금 미리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자가 될 전형적인 고객을 묘사하고, 그 사람의 생각과 반응을 예상하게 하면서 고객에 공감하는 자세를 취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모든 마케팅 담당자들은 고객의 욕구를 예측해달라고 요청을 받았고, 자신들의 공감 수준을 측정하는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공감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욱더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보였습니다. 즉 공감능력이 뛰어난 마케팅 담당자는 고객도 자신처럼 생각할 거라 믿는 경향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감정을 이입해서 고객의 입장에서 더 이해하려는 공감방식은 오히려 반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신형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고, 고객이 원하는 기능들을 선별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두 번째 실험에선 명품시계 브랜드인 롤렉스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결정해달라고 했습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카페의 샌드위치 가격 책정에 대해 요청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실험 전에 미리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고객 입장에서 공감해달라고 부탁을 한 경우에 부탁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고객의 욕구에 대한 예측이 담당자의 개인적 선호도와 더 비슷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또 마케팅 담당자들이 완전히 다른 부류, 즉 샌드위치 실험에서 고객은 학생들인데, 마케터들에게 학생이라고 생각해보라고 요구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자신의 개인적 선호와 유사한 선호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공감 능력이 있는 매니저일수록 ‘개인적인 선호도 = 일반 소비자들의 선호도’라 착각을 한다는 점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마케팅 담당자들은 마케팅 매니저로 전문가적 정체성과 소비자로 개인적 정체성이 있습니다. 이들 연구진 고객들은 공감하려고 시도하면 마케팅 담당자 자신이 가진 소비자 정체성이 활성화되고 따라서 개인적 소비 선호도가 작동이 된다고 합니다. 연구진들이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카페에서 샌드위치 구입하는 고객을 상상하라 요청하면, 피험자들은 머리 속으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진열대를 살펴보고 무슨 샌드위치를 살까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후속 행동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이 때 자기 위주로 생각하게 되는데 우리가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예측할 때 객관적 데이터를 쉽게 묵살하게 되는 것이지요 기존 연구들을 보면 고객 중심,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된다고 합니다. 고객과 공감할 수 있다면 그건 아주 훌륭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이 생각에 의문을 가졌고 실제로 연구를 진행해보니 감정을 이입해서 고객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공감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는 점입니다. 이 연구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오히려 자기중심적 판단이 강력하게 나타나는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마케터들이 고객과 공감하려고 시도할수록 객관적 데이터를 무시하고, 자신의 취향만을 반영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문제극복 위한 해결책은 1) 사람들이 자기중심적 편향이 있다는 것을 미리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비디오게임 회사가 축구스타 호날두와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케터들은 이전 실험과 동일하게 상대방과 공감하려고 했더니 자기 중심적 선호도가 강해졌는데 미리 자기중심적 편향에 대해 설명을 들은 마케터들은 그런 성향이 누그러졌다고 합니다. 2) 집단의 지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반대되거나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3) 일부러 반대의견을 만드는 것. 투자의 귀재 버핏은 회의를 할 때 투자전략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초청한다고 합니다. 일부러 반대의견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런 솔루션들은 자기중심적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감 마케팅, 오히려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흥미롭습니다. 공감 마케팅이 유행인데 공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감정의 영역입니다. 사랑, 공감, 감탄, 슬픔 등... 사람의 감정을 만져주고, 공감할 수 있는 감성마케팅은 더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마케터 및 경영자 여러분들은 고객 마음에 따뜻한 보일러 놔드릴 수 있는 공감력을 잘 개발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