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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파괴적 혁신과 거리가 먼 기업이다
2015-10-14 | 김정원 에디터

최근 혁신의 대명사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모터스가 주인공입니다. 한 번 충전으로 600km까지 달릴 수 있는데다 평생 무료인 슈퍼차저스(Superchargers)란 충전소까지 설치하면서 기존 가솔린 자동차 업체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테슬라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파괴적 혁신이란 개념은 하버드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창안했습니다. 즉, 초보적이고 저급한 수준의 제품을 출시하던 회사가 점차 개선을 이어가다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주류 소비자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의 성능을 확보해 결국은 기존 주류 시장의 거대 기업을 한 순간에 몰락시키는 무시무시한 혁신을 뜻합니다. 이 개념을 만든 덕분에 크리스텐슨 교수는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부딪히는 가장 큰 이슈는 특정 기업이나 사업 모델이 파괴적 혁신이 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파괴적 혁신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당 사업에 진출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한 때 지하철에서 뿌려지는 무료신문이 등장했을 때 기존 유료 신문사들은 이 모델이 파괴적 혁신이 될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일부 신문사는 무가지가 파괴적 혁신이 될 것으로 보고 무가지 시장에 진출한 반면, 어떤 신문사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무시했습니다. 파괴적 혁신에 대한 판단은 이처럼 중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테슬라가 파괴적 혁신인지 판단하기 위해 심층적인 사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HBR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연구팀은 테슬라가 파괴적 혁신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파괴적 혁신이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낮은 가격에 낮은 성능을 제시해야 하는데 테슬라는 매우 뛰어난 성능의 자동차를 비싼 가격에 팔고 있기 때문에 파괴적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분야에서는 어떤 게 파괴적 혁신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을까요. 크리스텐슨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골프장 카트와 닮은 저속 차량인 NEV(Neighborhood Electric Vehicle)가 그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노인들이 거주지 근처를 이동할때나 대학 내에서 이동 수단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성능 개선이 이어지다가 결국, 아주 싼 값에 주류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안전과 기능을 갖춰서 한 순간에 기존 자동차 회사의 시장을 앗아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파괴적 혁신이 되려면 낮은 가격 및 성능 외에 다른 몇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파괴적 혁신 기업이 낮은 가격에 조금씩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을 출시해도 기존 기업이 반발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제로 기존 기업들은 파괴적 혁신 제품을 저급한 제품이라며 대체로 무시합니다. 또 세 번째 조건은 저비용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신속하게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가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무가지 사례를 보면, 첫 번째 낮은 가격과 성능이란 측면에서 무가지는 파괴적 혁신에 부합할 수 있지만 세 번째 조건은 부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지하철 무가지는 종이신문 포맷을 활용했기 때문에 저비용 구조를 유지하면서 성능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려면 기자 인력을 더 채용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건 비용 상승을 가져옵니다. 만약 온라인 기반 사업이었다면 허핑턴포스트처럼 큰 돈 안들이고 고객들의 참여를 통해 질 높은 콘텐츠를 얻을 수 있겠지만 종이신문의 한계로 인해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품질을 높이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실제 지하철 무가지는 파괴적 혁신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파괴적 혁신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초경쟁 환경에서 파괴적 혁신인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세부적인 지표를 기억해두시면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비용 저성능인지, 기존 기업이 반발하지 않는지, 저가격을 유지하면서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 등 파괴적 혁신 감별법을 참조하셔서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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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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