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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한계
2016-05-02 | 고승연 에디터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공감의 시대’, ‘공감마케팅’. 지난 수년간 경영계에서 꽤나 유행했던 단어들입니다. 수년 전 포드 자동차는 엔지니어들 중 남성들을 중심으로 ‘임신공감용 복대’를 착용해보도록 했습니다. 이걸 하면, 임신한 여성이 느끼는 것과 유사한 허리통증, 방광에 느껴지는 압박감, 약 14킬로그램 이상 늘어난 몸무게 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임신부가 운전을 하면서 겪게 되는 모든 불편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공감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만들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포드가 ‘공감의 시대’에 맞는 정말 놀라운 일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극단적 공감’으로 몰아가는 것이 기업이나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기만 하는 것일까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6년 1·2월 통합호에는 앞서 말씀드린 ‘공감의 강제’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아니 어쩌면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글이 실렸습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애덤 웨이츠 교수가 쓴 ‘공감의 한계’라는 글입니다. 웨이츠 교수에 따르면, 공감은 생각보다 훨씬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합니다. 거의 의무적으로 공감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공감불능 상태가 되는 ‘동정심 피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심해지면 무기력증까지 올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보건복지 분야 전문직 종사자들이 특히 고위험군이라고 합니다. 이 글에는 한국의 간호사들 사례도 등장하는데요, 이들 다수가 자신의 일을 그만둘 의사가 있었고, 특히 동정심 피로가 심할수록 결근과 약물 관리 실수가 잦아졌다고 합니다. 웨이츠 교수가 말하는 ‘과도한 공감’의 두 번째 문제점‘공감 제로섬 게임적 성격’입니다. 공감하는 행위는 에너지와 인지자원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공감 자체를 고갈시킨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배우자에 대해 더 많이 공감할수록 어머니에 대한 공감은 줄어들고, 어머니에게 더 공감할수록 자녀에 대한 공감은 줄어든다는 거지요. 최근 한 연구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844명을 대상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하는 공감적 행동과 관련한 트레이드오프관계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직장에서 동료의 문제와 염려를 들어주기 위한 시간을 내고 업무량이 과다한 동료를 도와주는 일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가족 간의 유대관계 유지에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겁니다. 공감이 갖는 제로섬 게임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세 번째로, 웨이츠 교수는 공감이 윤리를 손상시킬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내부에서의 과도한 공감과 극단적 충성심은 내부의 문제점, 심지어 범죄까지도 눈감아주는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또 내가 공감한 사람과 상황에 대해 도움을 주기 위해 사람들은 스스로 부정을 저지르는 걸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내부고발도 불가능해집니다. 경찰과 군대, 시티그룹, 제이피모건, 월드컴 등에서 나타났던 잔혹한 행위나 성적학대 혹은 사기와 같은 문제들은 가해자와 가깝게 지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드러나게 됐죠. 초기에 고발이 이뤄지고 자정노력이 일어나지 않아, 그 조직이나 기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던 걸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과도한 공감’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웨이츠 교수는 우선 ‘업무를 분할하라’고 조언합니다. 직원들 각자가 모든 사람들과 공감하는 대신 특정부분의 이해관계자에 집중하도록 하라는 겁니다. 어떤 직원은 주로 고객들에게 집중하고 다른 직원은 동료에게 집중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팀을 구성하라는 겁니다. ‘배려해야 하는 책임’을 모든 팀과 전 회사에 분산해 함께 공감하며 일하기보다는 각자 이해관계를 조율해가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설계하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고객 불만을 접수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을 따로 두고 운영하면, 함께 일하며 극도의 공감형성을 하기 보다는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겁니다. 두 번째 조언은 ‘희생을 줄이라’는 겁니다. 사람들간 이해관계가 대립할 때에는 ‘누군가의 양보’를 우선적으로 전제하거나 억지로 이끌어내 누군가에게 패배감을 주면, 겉으로 보기에는 ‘공감’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연봉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노사가 서로 다른 금액을 염두에 두고 금전적인 문제에만 집착하면 노사간 주도권 경쟁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만약 노조가 실제로는 임금인상보다 고용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측은 이직률을 줄이는 데 깊은 관심을 보인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럴 경우, 고용 안정에 관한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면 노사 모두에게 득이 됩니다. 이 상황에서는 ‘누군가 희생하고 양보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아 ‘공감’을 소모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마지막 해법은 ‘직원들이 공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기술적, 분석적 업무 혹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데이터입력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공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들이 공감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각 개인이 자신만의 이해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기적으로 보이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진 사람들이 이후에 오히려 더 바람직한 형태로 공감능력을 발휘하고 업무에 임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 이처럼 공감을 너무 강조하다가 부작용을 낳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억지로 상황을 설정해 공감을 만들어내기 보다, 그저 단순하게 사람들에게 기분이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게 웨이츠 교수의 결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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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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