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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상장 철회로 회사를 살린 토미 힐피거 CEO
2016-05-09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조진서 기자입니다. 잘 지내셨죠? 오늘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7-8월 합본호에 실린 의류업체 토미힐피거 CEO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상장기업과 비상장 기업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토미힐피거 라는 브랜드 아실 겁니다. 한국에서도 90년대 굉장히 대접받는 브랜드였고 짝퉁 상품도 많이 돌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분이 바로 디자이너이자 창업자인 토미 힐피거 씨입니다. 원래 미국 뉴욕주 출신인데, 젊었을 때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어서, 미국 동부의 프레피 패션에다가 미국 서부의 자유분방함을 더해서 자기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단정한 듯 하면서도 뭔가 발랄한 느낌을 주고 가격은 너무 비싸지 않은 옷들이 히트를 치면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매출이 쑥쑥 늘어납니다. 특히 1997년부터 2000년 사이에 매출이 두 배 늘었고 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옷이 너무 많이 팔리는 바람에 점점 흔해빠진 브랜드가 됐습니다. 특히 매출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미국의 대형 할인점 유통에 신경쓰다보니 제조원가 인하 압박이 들어오고, 디자인도 점점 구려졌습니다. 패션 엘리트가 아니라 패션 테러리스트들이 입는 옷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진 보면 아시겠죠?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경영자가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되는데 그게 어려웠습니다. 이 회사는 1992년에 주식시장에 상장했는데요, 미국은 주주의 입김이 굉장히 센 나라입니다. CEO와 이사회는 자신들을 선임하는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일반 주주들은 대체로 단기 투자자들입니다. 단기 투자자들은 당장의 주가와 매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 브랜드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당장 많이 팔리는 옷을 만들라고 주문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보다못해 나선 사람이, 당시 유럽쪽 판매 파트너였던 프레드 게링입니다. 이 분은 네덜란드 사람이고 패션전문가라기보다는 경영전문가입니다. 처음엔 미국에서 토미힐피거 옷을 사서 수입하는 지역 디스트리뷰터 역할을 하다가, 점점 미국에서 만드는 옷의 디자인이 구려지니까 아예 상표권만 빌리고 독자적으로 유럽 판매용 옷의 디자인과 생산까지 진행을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나중에는 그냥 회사를 사버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국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유럽 매출은 계속 올라서 거의 비슷한 지경이 됐는데, CEO와 주주들이 미국사람들이다보니 유럽식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게링 말을 듣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답답한 게링은 투자금을 대줄 프라이빗에퀴티 펀드 회사를 찾아내서 아예 회사를 사버립니다. 2006년 5월의 일입니다. ^^ 프라이빗에퀴티, 즉 피이 펀드는 한국에서는 흔히 ‘사모펀드’라고 번역이 되는데요, 이 두개가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피이펀드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거나, 혹은 상장회사를 100% 사들여서 상장 철회시키는 펀드입니다. 상장을 철회시키는 이유는 일반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기 위해서, 또 상장회사에 강제되는 여러 가지 정부 규제와 금융 감독에서 벗어나서 좀 더 자유롭게 경영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회사를 인수한 다음에, 프레드 게링은 골칫거리였던 미국 사업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미국 직원을 40%나 줄였고 본사도 자기 고향 네덜란드로 옮겨버렸습니다. 미국 소매 유통권은 메이시스 백화점으로 일원화시켰고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패션쇼, 컬렉션, 그리고 예술가들과의 컬레보레이션에 힘썼습니다. 이런 마케팅 지출과 제품군 축소 때문에 단기 매출은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점차 실적이 좋아졌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과거 90년 초중반대 보여줬던 프레피한 이미지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회사를 사들인지 4년만인 2010년에, 큰 이익을 남기고 회사를 PVH라는 대형 패션 그룹에 매각하는데 성공합니다. 한국에도 이렇게 PE 펀드의 투자로 기업 가치를 되살린 사례가 있습니다. 오비맥주입니다. 하이트맥주에 밀려서 만년 2위를 하던 오비맥주를 2009년에 KKR과 어피니티라는 PE펀드가 사들였습니다. 이들은 배경을 가리지 않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해서 오비를 1위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4년 반 만에 회사 가치를 세 배로 불려서 2014년 초에 재매각에 성공했습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PE 투자를 받거나 자체적으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굳이 주식시장을 통하지 않아도 돈을 구하기가 쉬워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동안 경영의 교과서처럼 여겨졌던 주주 이익 중심의 경영에 대한 반성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세계가 하나라는 글로벌 세상에서도 시장마다 차이점이 다릅니다. 미국에서 되는 일이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안 될 수도 잇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상황에서 유효했던 전략이 다른 상황, 다른 시대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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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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