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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서 배우는 기업 생존의 조건-1
2016-05-12 | 장재웅 에디터

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마틴 리브스 BCG파트너와 사이먼 레빈 프린스턴대 교수 등은 최근 흥미로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지난 50년간 무려 3만개의 미국 상장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해 이들의 흥망성쇠를 살펴본 것입니다. 그 결과는 참담합니다. 상장기업 세 곳 중 하나가 5년 이내에 파산 청산 인수합병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의 운명을 맞았습니다. 40년 전과 비교하면 그 숫자가 6배가 넘는 비율입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 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상장기업은 통상 성공했다고 인정받은 기업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평균 수명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기업을 다니는 임직원의 평균 수명보다도 훨씬 짧은 31.6세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추세는 기업의 크기나 산업분야 연혁과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마틴 리브스 파트너 등은 HBR기고문을 통해 기업 수명 감소가 기업이 더욱 복잡해진 환경에 적응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장기적 건전성을 부여하기 위해 복잡계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고자 만들어진 ‘복잡적응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이라는 개념에 주목했습니다. 먼저 복잡적응시스템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복잡적응시스템은 복잡계 이론의 핵심으로 복잡한 시스템 내에서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의 창발, 즉 emergence하는 현상과 이 창발을 통해 전체 시스템에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뜻합니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 소유자와 금융기관들이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상호작용을 거듭하다가 파생상품이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고, 나중에 미국 집값이 하락하자 그 결과로 전체 세계 경제 시스템이 큰 타격을 입은 사례입니다. 주식가격의 변동, 기업 생태계의 변화 등 사회 현상뿐만아니라 태풍의 진로, 군집생활을 하는 개미들의 움직임 등 자연계의 현상도 모두 복잡적응계로 바라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들입니다. 이렇게 복잡적응계로 세상을 바라봐야 CEO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게 HBR 논문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전통적 관점대로 CEO가 수립한 전략에 따라 조직이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의 하위 구성 요소가 전체 시스템을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끌고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에서도 한 식품회사의 영업사원이 대리점 점주에게 막말을 했는데 이게 공개돼 언론, 시민단체, 정부 등 사회 시스템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이 벌어진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이 회사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경영자들은 이처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복잡적응시스템이란 점을 감안해서 통제할 수 있는 영역, 통제는 불가능하지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영역, 영향력조차 미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 하위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이 극단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조직문화 구축 등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위기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또, 자신의 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나 다른 업종의 기업들까지도 함께 바라봐야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복잡적응 시스템에 속해있기 때문에 자사의 탁월한 역량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다른 기업이나 시스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복잡적응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소니의 전자책 사업입니다. 소니는 아마존의 킨들보다 3년이나 먼저 전자책 리더기를 선보였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러나 소니는 2014년 전자책 시장 완전 철수를 선언했죠. 왜일까요. 소니는 기술적으로 탁월한 전자책 리더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출판 생태계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작가와 출판사를 움직일 만한 매력적 가치 제안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소니는 전자책 리더 출시일까지도 전자책 타이틀을 고작 800권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자시 이익을 희생하면서도 생태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출판사에 지불하는 금액보다 전자책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해 더 많은 고객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특히, 출판사들의 핵심 관심사는 저작권 보호라는 점을 간파하고, 거액을 들여서 디지털 저작권 관리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아마존은 8만 8000권의 전자책을 확보할 수 있었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자사의 역량을 결집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면 성공할 것 같지만, 소니의 전자책 사례처럼 시스템 전체로 시야를 확대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경영자는 시스템의 하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통제를 가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곤 합니다. 하지만 복잡적응시스템에서는 이런 직접적인 통제가 큰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도 인지해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이 사건을 적당히 무마하려고 직접 통제를 가했다가 위기가 더 확산되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향식 통제보다는 자율성과 협력을 고무하는 단순한 규칙이나 대화가 집단의 행동 패턴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복잡적응시스템 관점에서 기업 경영자는 하위 계층의 담당자의 행동이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생태계 다른 구성원들이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하며, 구성원들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면 위험이 따른 다는 점을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복잡적응시스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편에서 6가지 생존 원칙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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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웅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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