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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선사하는 HR의 미래
2016-05-23 | 김현진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김현진 기자입니다. 혹시 미국의 주니퍼네트웍스라는 기업을 아십니까. 라우터 같은 컴퓨터 네트워크 제품을 생산하는데 2009년 포춘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이며 IT개발자들에게 선망의 직장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처음부터 이렇게 존경받는 기업이었던 것 같진 않습니다.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쳐 HR제도를 혁신한 것이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입니다. USC마셜 경영대 존 부드로 교수와 주니퍼네트웍스의 전(前) 인사담당 전무 스티븐 라이스는 주니퍼네트웍스의 HR혁신 실험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7,8호 합본호에전격 공개했습니다. HR혁신의 시발점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나왔습니다. 주니퍼의 최고 경영진은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 문화를 바꿔보기로 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최고위임원 세 명이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는 소위 ‘트리오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사업장을 돌며 대화를 했는데,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토론에서 한 젊은 엔지니어가 작심하고 회사의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이 엔지니어는 회사가 강제로 직원들의 평가 등급을 할당하는 상대평가제를 운영중인데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동료들 간 제로섬 경쟁을 유도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당돌한 직설화법에 임원들은 당황했지만, 사실 진지하게 고민할 만한 주제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인재를 통해 차별화한다는 기업 전략을 추진하면서 다른 기업과 똑같은 인사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상대평가제도가 신뢰와 협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 결국 주니퍼네트웍스는 2011년, 상대평가제도를 폐지한 첫 번째 글로벌 기업이 됐습니다. 대신 인사제도의 목적을 각 개인을 성적순대로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인재를 적절한 자리에 배치해 사업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연례평가를 없앤 대신 ‘대화의 날’을 지정해 조직의 목표와 희망 경력에 대해 직원들이 논의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주니퍼 직원의 97%는 목표 달성에 성공한 ‘최우수 직원’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적절한 곳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인도 직원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 곧바로 제도를 개선한 게 아닙니다. 제니퍼는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HR팀을 구성해 4단계로 신중하게 일처리를 했습니다. 우선 ‘그림 전체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HR팀은 놀라운 일을 벌입니다. 이 회사 회장을 포함한 총 150명의 임원, 그리고 해외 사업장 관리자 100명과 1대1 대화를 나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HR팀은 불편한 진실들을 알게 됐습니다.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폐쇄적 문화, 상충하는 우선과제, 복잡한 조직 내 협력 절차 등이 문제였습니다. 전반적인 문제를 파악했다면 다음 단계는 개선 아이디어를 내야겠죠. 그러기 위해 최신 경영학 이론 등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조직의 현안과 연결시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를 ‘가치있는 통찰을 얻는 단계’로 규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니퍼에서는 한 주요 고객사와의 소통에 차질이 생기면서 업무 실책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전 같으면 아마도 그 고객사를 상대한 영업사원에게 책임을 물었을 겁니다. 하지만HR팀은 ‘조직은 엄연한 네트워크’라는 최신 경영학 연구결과를 곱씹어봤습니다. 그래서 개인 문제로 돌리지 않고 해당 이슈와 관련한 조직 전체의 네트워크를 살펴봤습니다. ^^ HR팀이 문제가 된 고객사와의 거래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직원들을 파악했더니 무려 344명에 달했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한 임원은 “한 업체와의 거래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관여했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답니다. HR팀은 다시 정식으로 네트워크 분석을 했는데 그 결과, 숫자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92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전체 직원의 10%에 육박합니다. HR팀은 소통 부족이 고객사와의 문제를 일으켰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객사를 상대하는 팀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면서 정보 흐름에 방해가 되는 병목구간을 없앴습니다. 또 불과 몇 사람하고만 공유됐던 고객사의 정보도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도록 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HR혁신에 따른 교훈을 신중하게 적용하는 일입니다. 즉, 실행 가능성이 높은 부서나 조직을 찾아서 아이디어를 일단 적용해보고 확신시키는 식으로 신중하게 실행하면, 조직원들이 새로운 제도의 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렇게 해야 조직원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입니다. 실제 부서간 경계를 없애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 회사는 여러 부서에서 85명의 직원을 모아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팀을 운영했고 성공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계를 없애는 제도와 문화를 전사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HR혁신이 사업 성과로 연결되도록 혁신 성과를 측정하과 관리하는 것입니다. HR프로그램의 투자 수익률을 측정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주니퍼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전략을 알고 있는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스스로 충분한 의욕과 책임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긍정답변은 절반에도 못미쳤습니다. 이에 순회 설명회를 진행했더니 불과 4개월 만에 긍정 답변이 80%를 넘어섰습니다. 이처럼 HR혁신이 기업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합니다. HR의 혁신과 관련해 주니퍼의 도전과 응전은 큰 시사점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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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HBR Kore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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