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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브랜드, 약한 임금
2016-06-09 | 정언용 에디터

안녕하세요, 정언용입니다. 여러분, ‘브랜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기능 등에 대한 약속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일류 브랜드 상품을 사용하면 자신의 이미지가 개선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비싸더라도 기꺼이 그런 상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마케팅 분야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관계를 연구해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네이더 T. 타바솔 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브랜드와 내부 종업원’ 간의 관계를 연구해 그 결과를 HBR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2000~2010년 사이 미국 고위 임원 2717명의 임금을 해당 기업의 주요 상품의 브랜드 경쟁력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첫 번째로 브랜드 경쟁력의 표준 표차가 한 단위씩 증가할 때마다 임원들은 평균 2%(약 9만달러)가 적은 연봉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재미있는 점으로 CEO의 경우에는 이 영향이 휠씬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CEO들의 임금은 표준편차가 한 단위씩 증가할 때마다 12%씩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해당기업들이 평균적으로 1년에 130만 달러를 절약하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세 번째, 주목할 점은 젊은 임원일수록 더 두드러집니다. 즉 젊은이들은 직업적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많이 누리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훌륭한 브랜드와 동일시되면 즉각적인 이득을 누린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또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에서의 경력은 이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임금이 조금 적더라도 이를 감수하게 됩니다. 브랜드가 CEO, 임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정체성 이론’이라고 부르는 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핵심 니즈 중 하나가 바로 정체성입니다. 사람은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관심 있어 합니다. 기업에서 CEO는 해당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고, 강력한 브랜드 연상으로 얻는 자기 고양(self-enhancement)효과가 큽니다. 따라서 강력한 브랜드의 힘이 자신의 이미지에 반영되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멀리 미국 기업의 사례이지만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비슷한 사례들이 많다고 보여집니다. 직장생활도 유명한 기업에서 하고 싶어 하고, 일류 브랜드가 많은 기업에 취직이나 이직하고 싶어하지요. 마지막으로 연구진들은 잠재적 피고용인과 협상을 벌일 때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으로서는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는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의 인사팀은 최고위층 임원을 채용할 때 이런 브랜드 후광효과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사팀에서는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전통적인 혜택 뿐만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을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 이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강력한 브랜드가 대외적으로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 매력을 줄 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 특히 CEO와 임원에게 낮은 보수이지만 근무하고 싶은 매력을 준다는 점입니다. 미국기업의 경우 급여는 운영비의 20~50%, 기업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강력한 브랜드가 인사, 채용 등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함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흔히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Best Places to Work)' 목록에 이름 올리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데요, 이 연구는 기업 브랜드가 외부 고객이 아닌 내부 고객, 즉 임직원 채용에 도움이 되고 인건비를 줄여 재무상태를 개선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좋은 브랜드를 갖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되고, 이미 좋은 브랜드를 가지셨다면 -물론 일부 기업이겠지만- 인사와 채용에 있어 큰 경쟁력을 가진 셈이 됩니다. 여러분, 회사 가치에 있어 브랜드 관련 투자도 하시고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여 대내외적으로 많은 혜택도 누려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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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언용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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