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강산은 거의 그대로인데 우리 개개인의 삶이 더 크게 변한 듯합니다. 1차적으로는 스마트폰의 보급, 좀 더 나아가면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우리 일상에 깊게 스며든 소셜미디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 짧은 생각부터 깊은 통찰까지 우리는 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삶/생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수년간 기업들은 비즈니스에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왔습니다. 임직원들에게 소셜미디어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미지 관리 등을 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정말로 많은 기업들에게 큰 비즈니스 기회를 가져다줬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여러 리스크도 생겼습니다. 국내외 몇 몇 기업들은 의욕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의견 수렴’을 시도하다가 비판적인 의견이 달리고 이를 무마하려는 과정에서 다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특징인 ‘완벽한 투명성’과 ‘군중권력’의 힘과 변화양상을 잘 짚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정말 생각지도 못한 리스크들도 생겼는데요,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젊은 직원들로 인해, 종종 회사의 내부적 문제나 갈등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등 기업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일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6년 3월호에는 바로 이런 내용을 다룬 케이스스터디가 실렸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 때문에 직원을 해고해야 할까?’ 라는 제목의 아티클입니다. 그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번 케이스의 가상사례에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BMW, 레인지로버, 메르세데스벤츠 딜러점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소개됩니다. 다운시티 모터스라는 탄탄한 지역 딜러점은 델 윈즐로 사장과 몇 년 뒤 승계가 예정돼 있는 그의 딸 수재나 윈즐로의 가족기업입니다. 수재나는 총괄책임자입니다. 이 딜러점에는 최고의 영업사원인 제임스 켄턴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우수 판매사원이어서 다운시티에서는 모두 그를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부르며 최고의 예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운시티의 벤츠 신차 출시 행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글을 올리게 되고, 다운시티는 발칵 뒤집힙니다. 켄턴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운시티가 최근 진행한 벤츠 신차출시 행사에 대해 ‘고급스러움이 없었다’고 혹평하면서 다운시티 모터스의 로고가 배경에 어렴풋이 보이는 캔음료 사진을 게시한 겁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이른바 강력한 ‘셀프 디스’를 시전한 거지요. 사실 켄턴은 행사준비 과정에서부터 불만이 있긴 했다고 합니다. 비닐식탁보, 탄산음료 등을 준비하는 게 ‘고급 차량’ 잠재 구매자들인 다운시티 고객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지요. 하지만 수재나는 자신이 신뢰하는 또 다른 직원이 의욕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반대의견을 수용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문제가 터진 겁니다. 이러한 그의 글은 수많은 그의 ‘페북 친구’들이 봤고, 공유했습니다. 그중에는 당연히 잠재고객과 벤츠나 BMW등 자동차 회사 직원들도 있겠지요. 실제로 BMW본사 직원은 켄턴의 그 글을 보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행사는 벤츠 차량 신차 출시와 관련된 것이었지만, 이런 비판이 나중에 BMW차량 행사에서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사실 켄턴이 소셜미디어에서 이렇게 회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 일이 있기 약 한 달 전 쯤에도 그는 서비스를 받으려고 세워놓은 7대의 차량 사진을 올리며 정비사들이 자신보다 늦게 온다고 투덜대기도 했고, 연못에 처박힌 BMW사진을 올리면서 어린 자녀에게 시운전을 시키는 고객을 비판하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습니다. 수재나 등이 이를 문제삼자 글을 내리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죠. 델 윈즐로 사장은 두 번은 용납할 수 없다며 그를 당장 해고하라고 지시하지만, 수재나와 다른 경영진은 최고의 영업사원을 해고하면 타격이 크기에 다른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그냥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놔두는 방법도 있지만, 수재나는 이건 너무 관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급 혹은 유급 정직을 시키는 것은 어떨까 생각도 해보고요, 아버지이자 사장인 델 말대로 해고를 해야하나 고민도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리시겠습니까? HBR케이스 스터디에서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경영에 정답이 있을리도 만무하고요. 독자들이 각자 생각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럼 먼저 이 케이스스터디와 함께 실린 두 전문가의 상반된 의견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브라운위닉 법률사무소의 고용법 전문 변호사인 메건 에릭슨 모리츠는 ‘해고하면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마케팅 행사에 대한 비판은 켄턴이 자신의 자동차 판매와 수당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한 것이기에, 이에 동료들이 지지까지 표명한 상황이라면, 함부로 해고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부당해고로 켄턴이 고소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의 글과 그 글에 대한 동료들의 지지가 노동법에 나와 있는 ‘고용조건을 두고 상호 원조 또는 보호를 목적으로 한 단체활동’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수재나는 아버지 말대로 당장 해고하기 보다 실제 그 글이 얼마나 공유됐는지, 지지를 표한다른 직원들은 얼마나 있는지 등을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 소셜시그널이라는 소셜미디어업체 창업자인 알렉산드라 새뮤얼은 캔턴을 해고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는 비록 가족경영 비즈니스에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이미 같은 일로 그 직원에게 한 차례 경고를 했고 요구사항을 명확히 한 상황이었기에, 해고하는 게 합당하다는 거지요. 만약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다른 직원들도 회사에 대해 마음껏 외부에 비판하고 책임은 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는 더욱 큰 위험에 빠뜨린다는 겁니다. 이번 케이스는 독자의견도 심하게 갈렸는데요, ‘표현의 자유’와 더 나은 비즈니스를 위한 정당한 비판의 측면에서 켄턴을 옹호하는 의견도 많고, ‘조직원으로서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징계 혹은 해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 일은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기도 합니다만, 한국의 기업에서도 유사한 일은 자주 일어납니다. 직장인들의 익명 소셜네트워크에서 오간 비판이나 회사 내부의 문제점이 유출돼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하고, 페이스북관리자/트위터 관리자 직원의 실수로 엄청난 비판 여론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오너가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해 문제를 키우기도 합니다.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부서만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이기’이자 ‘흉기’인 소셜미디어를 임직원들이, 그리고 기업이 어떻게 활용하고 무엇을 조심해야할지,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의 원칙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런 이슈가 기업의 브랜드와 사회적 평판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전에 종업원들과의 협의를 통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