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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어떻게 디자인 강자가 됐을까
2016-07-05 | 김남국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김남국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경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별 기업의 사례는 잘 다루지 않습니다. 그런데 HBR 9월호 Spotlight 코너에 삼성 디자인 혁신 사례가 자세히 실렸습니다. 삼성 케이스가 HBR에 실린 것은 2011년 이후 두 번 째이구요,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HBR이 두 차례나 집중 분석한 기업은 삼성이 처음입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형 사례여서 한국 기업들에게 좋은 교훈을 줍니다. 유영진 미국 템플대 교수와 김경묵 삼성전자 수석디자이너가 쓴 이 논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의 의뢰를 받아 저가의 모방제품을 생산했다.” 물론 지금의 삼성 위상은 여러분이 아는 바 대로입니다. 삼성이 어떻게 디자인 강자가 됐는지 분석한 논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1996년 이건희 회장은 일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위해 디자인 중심의 조직 문화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대 쉬운 과제가 아니었습니다. 워낙 효율 중심의 문화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화를 바꿀 수 있었던 첫 번째 출발점은 외부 디자이너를 영입하지 않고 내부 디자이너의 역량을 강화하기로 결심한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빠른 시일안에 성과를 내려면 외부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게 당연히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삼성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내 디자이너를 육성해야 한다는 디자인팀 임원들의 주장을 이건희 회장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예술대학 교수를 기용해 교육과정을 만들고 내부 디자이너를 차출해 최장 2년동안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인력을 이렇게 장기간 차출하면 관련 부서는 반발합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최우선 순위로 디자인 역량 강화를 꼽았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은 차질없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디자이너들은 회사의 미래를 떠맡는다는 책임감이 생겼고 전략적 사고 능력과 다른 부서의 반발에 굴하지 않는 끈기도 키웠다고 합니다. 특히 공감, 시각화, 실험과 같은 디지인 씽킹의 핵심 요소도 체득했습니다. 이 논문은 우선 ‘벤츠폰’으로 불렸던 휴대전화 사례를 통해 ‘공감’의 위력을 설명합니다. 당시 벤츠폰의 책임 디자이너는 업계 최초로 휴대전화의 외부 안테나를 없애려 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모양이 예뻐진다는 점 만으로 엔지니어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엔지니어 입장을 공감하니 해결책이 보였습니다. 디자이너들은 휴대전화 내부에 안테나 공간을 마련했고 전파 수신율을 높이는 도료를 찾아내 엔지니어들을 설득했습니다. 결국 벤츠폰은 1000만대 넘게 팔린 벤츠폰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시각화’도 디자인 혁신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갤럭시노트 출시 전에는 스마트폰 화면 크기가 절대로 5인치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상식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디자이너들이 관찰해보니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나디면서 동시에 수첩도 들고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첩의 기능을 스마트폰이 하려면 화면 크기가 5.5인치는 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제품을 기획했습니다. 그러자 사내에서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손에 쥘 수 없는 스마트폰을 누가 사겠느냐”, “이 휴대전화를 사려는 이유는 딱 하나, 얼굴이 작아보이게 하려는 걸 거야”같은 비아냥도 나왔다는군요. 그러자 디자인팀은 실물 모형을 만들어 5.5인치 화면을 장착한 시제품을 선보였고 커버가 닫힌 상태에서도 주요 기능 조작이 가능한 스마트커버 시제품을 선보이자 사람들은 실제 화면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실제 눈으로 시제품을 보여주는 것은 디자인 씽킹의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시장에서의 실험’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2003년 TV디자이너들이 화면 양쪽에 붙어 있는 스피커를 숨겨버리자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고객들을 관찰해보니 TV는 켜져있을 때보다 꺼져있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TV는 가구처럼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려면 양쪽에 붙어있는 스피커를 보이지 않게 아래부분에 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화질과 음질이 TV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더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습니다. 스피커를 밑으로 붙이면 음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그러자 디자이너들은 유럽시장에서 실험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이 모델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삼성의 TV세계 1위 역사의 출발이 됐습니다. 바로 보르도 TV사례입니다. 논문 저자들인 이렇게 말합니다. “삼성은 지금까지 주로 하드웨어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소프트웨어까지를 포함한 디자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 삼성의 디자인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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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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