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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부르는 비판의 힘_01
2016-07-07 | 이방실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이방실입니다. 저성장이 일상화된 시대입니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니즈는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제품을 위한 혁신의 열쇠는 과연 무엇일까요? 많은 기업들이 crowd-sourcing이나 design thinking처럼 기업 외부에 있는 아웃사이더들의 목소리를 통해 혁신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크라우드 소싱이란 불특정 다수의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찾으려는 걸 말하고, 디자인 싱킹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사용자 중심의 사고에 입각해 최종 소비자가 경험할 해결책 위주로 사고하는 걸 말합니다. 두 가지 방법에 공통점이 있죠. 바로 ideation, 즉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상상해 내는 ‘발상’ 기법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혁신의 열쇠는 발상, 즉 ideation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탈리아의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교수인 로베르토 베르간티 교수는 이와 다른 주장을 HBR에서 펼칩니다. 진정한 혁신은 ideation이 아니라 criticism에서, 즉 발상이 아니라 비판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입니다. 베르간티 교수는 혁신엔 크게 두 가지 차원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혁신이 첫 번째 차원이고, 과거엔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게 두 번째 차원입니다. 베르간티 교수는 crowd-sourcing이나 design thinking같은 발상 기법은 개선을 위한 혁신에는 적합하다고 말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 심지어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발상 기법이 새로운 방향을 포착하기 위한 혁신에도 쓸만할까요? 베르간티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가정용 온도 조절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보통 이 업종에 속하는 대부분 기업들은 가정용 온도 조절기의 핵심 가치는 실내 온도를 좀 더 쉽게 조절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제품 화면을 터치스크린 형태로 바꾼다든지, 요일별 예약 설정이나 공간별 맞춤 온도 조절 기능 같은 걸 탑재한 신제품 개발에 매진했죠. 바로 첫 번째 차원의 혁신, 즉 ‘개선’을 위한 혁신 사례입니다. 하지만 네스트랩스는 달랐습니다. 이 회사는 사물인터넷 관련 스타트업으로 지난 2014년 구글에 인수됐는데요, 2011년 11월 동종 업계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을 들고 나와 시장의 주목을 받았죠. 바로 모션 센서를 통해 실내 온도를 알아서 조절해주는 스마트홈 디바이스 온도계를 만들어 낸 거죠. 네스트 온도조절기는 며칠 동안 가족들의 생활 습관을 추적한 다음 그 데이터를 토대로 그때그때 최적의 온도를 찾아 알아서 조절해 주고, 집에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절전 모드로 바뀌는 등 이전 제품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소비자들이 아예 실내 온도에 대해 신경조차 쓰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요. 과거엔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두 번째 차원의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르간티 교수는 만약 네스트랩스의 창업자들이 발상 기법에만 의존했다면 아마 이렇게 똑똑한 스마트 온도조절기는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crowd-sourcing이나 design-thinking같은 전통적 발상 기법들은 개선에는 효과적이지만 새로운 방향을 포착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기술이나 사회 분야의 커다란 변화로 인해 생겨나는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먼저 무엇이 좋고 나쁜지, 소비자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기존에 확립돼 있는 가정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심도 깊은 성찰의 시간을 통해 혁신 아이디어를 평가해야 합니다. 그런 의문 제기와 성찰은 바로 ideation이 아닌 criticism, 즉 발상이 아닌 비판 기술의 특징이라고 베르간티 교수는 말합니다. 베르간티 교수는 고객이나 디자이너, 과학자같은 기업 외부자들을 혁신 프로세스 초기부터 끌어들이는 대신에, 기업 내부 구성원들을 우선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기업 내부 구성원들 먼저 각자의 비전을 명확히 하고, 멤버들끼리 서로 상반되는 관점들을 비교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선행돼야만 새로운 방향을 위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 그렇다면 이런 비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작정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난상토론을 해선 안 되겠죠. 베르간티 교수는 비판하는 데에도 체계를 밟아가야 한다면서 크게 4단계 프로세스를 제시합니다. 첫째, 직원 각자가 새로운 방향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둘째, 각자의 비전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서로 마음이 맞는 직원들끼리 짝을 지어주고, 셋째, 그런 결과를 열 명에서 스무 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그룹 토론을 한 후, 넷째, 다양한 외부자들에게 비판적 의견과 정보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런 비판 기술의 네 가지 프로세스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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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실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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