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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믿을만한 길잡이가 아니다.
2015-10-14 | 정지영 에디터

“내가 해봐서 아는데” “왕년에 내가 해봤더니 말이야” 아마도 이런 말씀 직접 해보셨거나, 들어보신 적 많으실 겁니다. 과거의 경험은 의사결정을 할 때 특정한 선택을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로 작용합니다. “내가 해봤는데 이게 정답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반론을 펴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노키아는 싸고 튼튼하고 잘 터지는 휴대폰을 만들어서 한때 엄청나게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패러다임이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성공 경험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계속 밀어붙이다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소위 ‘경험의 덫’에 빠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HBR에 여러 가지 솔루션이 제시됐는데 그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의견 충돌을 반겨라’(Disagree)는 것입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의사결정의 첫 번째 원칙으로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만약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면 의사결정을 아예 하지 마라” 반대의견이 없다면 모두가 바라는 만장일치 상황이고 너무나 바람직해 보이지만, 이런 상황이 무척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역시 대가다운 통찰입니다. 실제 이를 위해 월트디즈니 회장인 애드 캣멀은 소위 ‘브레인 트러스트’를 조직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남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기 싫어합니다. 괜히 듣기 싫은 얘기를 해서 미움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따라서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의견도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조언자 집단인 브레인 트러스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캣멀 회장의 지론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관람객이 문제를 발견했을 때 이미 바로잡기엔 너무 늦으므로 아직 수정할 시간이 남아있을 때 직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해 알게 되는 편히 훨씬 낫다” 둘째, 위기일발의 상황을 놓치지 마라입니다(Don't Miss Near Miss). 위기일발(near miss)이란 거의 사고가 날 뻔했는데 천만다행으로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부분 조직들은 실패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체로 교훈을 찾고 대책을 마련합니다. 하지만 위기일발 상황이 터지면, 끔찍한 결과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원 모두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버립니다. 그런데 대체로 위기일발 상황을 겪고도 문제를 고치지 않는 조직에서 나중에 대형 사고가 터집니다. 한 화학회사에서는 기계 오작동에서 가스가 분출됐는데 다행히 근처에 작업자가 없어서 인명사고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시해보니 당시 작업자들은 어떤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답니다. 이런 게 위기일발 상황입니다. 여기서 대책을 만드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에서는 엄청난 성과 차이가 나옵니다. 위험부담 없는 익명 보고 채널을 만들어놓는 것이 처참한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마라’(Lose Focus)입니다. 하나의 문제에 온 신경을 써서 대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지만, 이렇게 할 경우 우발적으로 찾아오는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곰팡이가 핀 배양접시를 그냥 씻어버리지 않고 호기심을 갖고 살펴보다가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처럼, 우연한 기회를 만들려면 하나의 문제에만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우연한 기회를 잘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한 분야에만 집중하면 위험합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합니다. 경영자들이 친분이 있는 특정 인사들만 만나는 것도 대단히 위험합니다. 의식적으로 새로운 분야의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직원들도 비슷한 배경만 선호해서는 안 됩니다. 국내 한 금융회사는 금융업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예술가나 요리사, 심지어 가수 경력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던데요, 이런 다양성이 우연한 발견을 촉진하고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말씀드렸는데요, “반대 의견이 없다면 의사결정을 아예 하지 말라”는 피터 드러커의 명언만큼은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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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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