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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사고로 회사의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다면
2016-07-18 | 고승연 에디터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여러분 혹시 2013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근교에서 일어난 ‘라나 플라자 참사’를 기억하십니까? 많은 다국적 의류 기업들의 공장이 몰려 있던 곳인데, 허술한 안전관리로 인해 건물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1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5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끔찍한 비극이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실제 일어난 사례를 기초로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케이스 스터디 코너를 연재하고 있는데요, 최근 라나 플라자 참사와 관련된 글로벌 의류 업체의 가상 스토리를 다뤘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이 사례와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핵심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비극적 사고로 회사의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다면’ 이라는 이 기사에는 사고로 인해 공급망 전체에 큰 타격을 입게 된 티앤드티 라는 가상의 의류업체가 나옵니다. 참사가 일어난 후 티앤드티는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사고가 일어나 상당한 양의 의류 생산이 중단된 시기는 바로 티앤티 수익의 80%를 차지하는 가을 제품들이 2주 후에 생산에 들어가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했다는 얘기입니다. 이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방글라데시 내에 있는 다른 공장을 찾아 얼른 생산에 들어가는 한편 다른 의류업체들과 연합해 방글라데시 정부를 상대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개혁을 요구하며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로는 철저히 보상을 해주고 유족들을 위로한 뒤에, 별다른 개선의 기미가 안 보이는, 그래서 리스크가 큰 방글라데시를 아예 떠나서 중국에서 생산을 더욱 늘리는 방법입니다. 각각의 장단점도 명확합니다. 먼저 방글라데시에 남는 선택을 할 경우의 장단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방글라데시는 우선 비용과 편리성 측면에서 좋은 생산기지입니다. 노동과 운송비용이 저렴하고 품질은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공장들이 좁은 지역에 모두 밀집해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 다음이 아주 중요한데요, 방글라데시에서 생산된 의류는 EU국가에 무관세로 진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티앤드티의 향후 5개년 전략계획에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으로의 사업확장이 포함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 우대 조치는 엄청난 메리트일 수밖에 없는 거죠. 이것만 보면 당연히 방글라데시에서 다른 공장을 찾고, 기존 생산기지를 재건해서 남아있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습니다. 우선 라나플라자 참사의 원인이 된, 총체적 안전관리 부재가 문제입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분명 노동자들의 안전 기준과 규정을 세워두긴 했습니다만, 자주 어기거나 무시했습니다. 공장 소유주들도 모른 척 했습니다. 참사가 일어났으니 당분간 조심하는 시늉은 하겠지만, 정말 방글라데시의 환경이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전체적인 부정부패와 사회혼란이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글로벌 의류 기업들과 힘을 합쳐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른 업체들이 결국 다 빠져나가고 방글라데시의 상황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티앤드티만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또 다른 사고를 겪을 수도 있게 됩니다. 티앤드티는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도 제품의 36%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 공장들에 더 많은 작업을 주고 서서히 중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완전히 이전하는 방법입니다. 중국 공장에는 신뢰할만한 공장 소유자가 존재하고, 자신 있게 앞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글라데시보다 훨씬 안정된 사회분위기와 관리감독도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갈수록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더 빨라지는 생산주기와 회전율을 과연 중국 공장들이 다 감당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 중국 인건비가 방글라데시보다 이미 높은 상황에서 계속 오르는 추세라는 것도 고민거리입니다. 또 아무리 보상을 충실하게 하고 유족들을 위로한 뒤에 떠난다고 해도, 방글라데시와 국제사회에서의 비난 여론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평판 리스크가 있다는 얘깁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리시겠습니까? 아시다시피 HBR케이스 스터디에서는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독자들이 각자 생각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 케이스스터디와 함께 실린 두 전문가의 상반된 의견을 소개해보겠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랜스포트 인텔리전스의 존 매너스 벨 CEO는 ‘윤리적 책임’ 차원에서라도 방글라데시에 남아야한다고 조언합니다. 당장의 비용절감과 수요감당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 장기적으로는 계속 평판까지 포함한 여러 리스크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테스코, 월마트, 스위스 의류업체 스위처 등이 강력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산기지가 있는 지역을 든든한 지원자이자 파트너로 만들었다는 점을 모범사례로 제시합니다. 방글라데시에 반드시 다시 생산을 위탁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이고 회사에도 가장 득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덤 칸저 도미니 소셜 인베스트먼트 상무이사는 신흥시장 어느 곳에서든 리스크는 존재하기 마련이기에, 티앤드티가 철저하게 회사의 공급망 관리에 더 유리한 쪽을 따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방글라데시를 떠나기로 하면 논란의 여지가 생기긴 하겠지만, 디즈니 같은 경우 위험성이 큰 나라에서 철수하면서 오히려 각국 정부의 노동조건과 안전관리 개선을 더욱 강하게 추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사회에 여론화 시켰다는 거죠. 물론 방글라데시에 남는다고 결정을 하게 될 때에는 반드시 공장오너들에게 안전관리 강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정부의 변화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게 자신 없다면 방글라데시에서는 기업활동을 접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무엇이 회사의 공급망 관리에 유리한가’라는 질문을 둬야 한다는 겁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는 회사의 임직원 분들이시라면, 경영자시라면 회의석상에서 혹은 워크숍에서 이 사례를 한 번 던져놓고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듯 합니다. 특히 장기적 시각에서 기업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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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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