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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부르는 비판의 힘_02
2016-08-04 | 이방실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이방실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혁신의 열쇠가 되는 criticism, 즉 비판의 네 가지 기술적 단계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조직원 각자가 기존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고객 문제를 새롭게 해석해보는 것입니다. 폴란드의 중견 가구 제조업체인 Vox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죠. Vox의 창업자 겸 회장은 유럽 인구의 고령화 추세가 심화되면서 가구의 역할 역시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사내에서 자신을 포함해 총 열 아홉 명을 뽑아서, 가구업체로서 노년층에 제안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가 무엇일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도록 요청했죠. 이 때 회장이 직원들에게 주문한 사항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고객이나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도 의존하지 말고 온전히 자신만의 통찰력을 고민의 출발점으로 삼고, 둘째, 팀이 아니라 단독으로 성찰의 시간을 가지라는 주문이었습니다. 회장이 이런 조건을 내건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시선을 의식해 그동안 혼자서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던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밖으로 끄집어내 새로운 비전을 창조하기 위한 원재료로 쓰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Vox회장이 한 일 가운데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그가 멤버들의 개인적 성찰을 위해 한 달의 시간을 줬다는 점입니다. 당장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닦달하지 않고 한 달간 묵묵히 기다려 준 거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 달 뒤 19명은 총 90가지의 새로운 방향성, 그것도 현실적으로 실행가능성이 매우 높은 혁신 방향성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침대에 간단히 운동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하자는 아이디어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침실은 노년층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이곳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보자는 새로운 방향성 정립에 따라 나온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죠. 비판 기술의 두 번째 단계는 각자 신뢰하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상대편으로부터 비판적인 의견을 구하는 프로세스입니다. 권투에 빗대 보자면 ‘스파링 파트너’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가 1999년 게임 콘솔인 X박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조직 내부에서 비전을 같이하는 인재들을 절묘하게 짝지어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X박스는 공통의 비전을 공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4명이 주축이 돼 탄생한 제품입니다. 그 비전이 뭐냐고요? 바로 게임 개발자가 예술가 대우를 받으며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끔 해 주는 기술 환경을 마이크로소프트가 구현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이들 4명은 둘씩, 또는 네 명이 한꺼번에 모이는 만남을 몇 주 동안 거듭하면서, 각자 가지고 있던 모호한 비전들을 명백하고 확고한 비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콘솔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비판 기술의 세 번째 단계는 급진적 서클을 만들어 비판의 강도를 한층 높이는 겁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를 통해 도출한 실현가능성 높은 아이디어와 가설들을 열 명에서 스무 명으로 구성된 팀의 안건으로 놓고 집단 토론을 하라는 거죠. 이 때 중요한 건 그 가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각각의 가설이 어떻게 다르고, 행여 간과했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 확인하는 장이 돼야 합니다. 그룹 토론은 2~3일 간의 심화 워크숍 형태여도 좋고 4주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 형태여도 좋습니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핵심은 시시비비를 가려 비난을 하는 게 아니라 건설적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솔루션을 도출해 내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자동차 업체 알파 로메오가 지난 2013년 내놓은 4C는 바로 이 같은 집단 토론을 통해 탄생한 스포츠카입니다. 알파 로메오는, 자동차란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아니라 운전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자동차의 진정한 가치는 스피드나 엔진이 아니라 민첩성과 반응성에 있다는 새로운 가치 제안을 결합시킴으로써, 공전의 히트를 친 신개념 스포츠카 4C를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비판 기술의 마지막 단계는 다양한 외부자들로부터 비판적 의견을 구하는 것입니다. 이 때 핵심은 아웃사이더들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 좋은 질문을 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아웃사이어들이 내부적으로 도출해 낸 새로운 혁신 방향을 좀 더 강화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고 독려하라는 거죠. 필립스전자의 경우 CT나 MRI같은 검사를 받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경감시켜 줄 건강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의사, 병원 관리자, 의료장비 기술자 등은 물론이고 건축, 심리학, 실내 디자인, 비디오 프로젝션 등 독특한 분야의 사람들까지 포함한 다양한 외부인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기존 문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솔루션을 찾을 때, 비판은 발상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가치를 재정의하는 일에 적절히 적용한다면, 비판은 혁신의 원동력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방향성을 원하신다면 HBR에서 제시하는 비판의 기술을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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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실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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