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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범은 문화가 아니다
2016-11-10 | 이방실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이방실입니다. 기업인이든 경영학자든, 조직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합니다. 기업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도 바로 이 조직문화죠. ‘자율적 문화’ ‘창의적 문화’ ‘수평적 문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등등, 조직문화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만 따져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돕니다. 동시에 조직문화는 기업이 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종종 문제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즉, ‘권위적 문화’ ‘위계적 문화’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문화’ 등등,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문화 탓에 기업이 화를 당했다는 식이죠. 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직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제이 로시 교수는 “조직문화는 개선의 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합니다. 정작 개선해야 할 건 낡은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고, 조직문화는 그에 따른 결과로 자연스럽게 변한다는 게 로시 교수의 주장입니다. 기업이 위기를 겪는 건 비즈니스 자체가 손상됐기 때문인데, 많은 이들이 조직문화를 문제의 원인인 양 취급하는 태도는 잘못이라는 설명이죠. 로시교수는 조직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글로벌 기업의 전·현직 CEO들을 인터뷰해 HBR에 그 내용을 게재했습니다. 이 CEO들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개선했고, 그 결과 조직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소개한 내용인데요, 주요 내용을 간추려 말씀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 사례는 델타항공의 부활을 이끈 리처드 앤더슨입니다. 델타항공은 현재 아메리칸항공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글로벌 항공사입니다. 하지만 불과 8~9년 전만 해도 델타는 파산 직전에 몰렸을 정도로 부실한 회사였습니다. 델타의 화려한 부활은 2007년 CEO로 영입된 리처드 앤더슨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는 취임 이듬해 노스웨스트 항공과의 합병을 이끌어 내며 델타의 턴어라운드를 추진했습니다. 어느 M&A에서나 인수합병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PMI, 즉 인수후통합입니다. 앤더슨은 노스웨스트 인수 후 PMI를 추진하며 노사화합을 가장 중시했습니다. 과거 노스웨스트 CEO를 역임했던 그는, 노스웨스트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보기에 노스웨스트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진에 적대적인 노조였습니다. 이에 따라 앤더슨은 노사화합을 중시하며 인재 중심 경영을 펼치는 데 주력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성과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 주고 각종 교육과 훈련을 통해 동기부여를 해 주는 일에 힘쓴 거죠. 예를 들어 그는 매년 세전 수익의 10%를 직원들에게 줄 보너스로 배정했습니다. 또한 회사 주식의 15%를 우리사주로 할당했고,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제공했습니다. 델타 경영진의 이 같은 노력은 조직 내 신뢰 문화를 구축하고 직원들의 충성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노조와 사측 간 경쟁 구도가 사라졌다는 점인데요, 앤더슨이 CEO로 취임한 지 2년 후, 직원들은 투표를 통해 노조를 없애기로 결정했답니다. 오늘날 델타항공은 중동지역 이외에서 노조가 거의 없는 유일한 대형 항공사라고 하죠. 부실항공사였던 델타는 과거의 오명을 벗고 화려하게 부활하며 내실 있는 항공사로 거듭났습니다. 성과 보상제도 개선을 통해 직원들의 동기 부여에 힘쓴 결과, 노사화합과 신뢰의 조직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거죠. 로시 교수가 지적했듯이, 조직문화가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의 개선에 집중했기에 거둔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주목해 볼 사례는 현재 구글의 이사회 멤버로 일하고 있는, 포드자동차의 전 CEO 앨런 멀랠리입니다. 멀랠리가 2006년 포드의 CEO로 영입됐을 때, 포드는 거의 파산 지경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멀랠리는 수렁에 빠진 포드를 보란 듯이 위기에서 건져냈습니다. 2014년 7월 그가 포드를 떠났을 때, 회사는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주가도 크게 올랐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자동차 ‘빅3’ 중 GM, 크라이슬러와 달리, 포드만이 유일하게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고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멀랠리의 리더십 덕택이었죠. 멀랠리는 취임 후 인력 감축, 공장 폐쇄, 비주력 브랜드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재정적 측면의 정상화를 넘어 비즈니스 프로세스 합리화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경영진 간 서로 협력적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멀랠리는 포드 임원들이 다 같이 한데 모여 사업부 현황을 공유하는 회의를 정례화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다양한 업무에 대한 전반적 성과를 회의에서 신속하고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컬러 코드’ 제도란 것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 성과가 양호할 때에는 녹색, 주의가 요구되는 경우엔 노란색, 문제가 많을 때에는 빨간색 등으로 업무 성과에 따라 색깔 표시를 달리해 서로의 사업성과를 공유하도록 한 거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멀랠리가 합류하기 전 포드는 공격적이고 치열한 경쟁적 관행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부서가 다르면 간부들 간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는커녕 감추기에 급급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업부 임원들 간 회의를 정례화하고 컬러코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경쟁적이고 이기적인 조직문화는 서서히 바뀌어 갔습니다. 괜히 솔직하게 문제를 털어놓았다가 약점을 잡힐까 두려워 입을 닫았던 임원들이, 정직함을 통해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기 시작했고, 결국 솔직한 의사소통을 통해 각 사업부서의 현황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현재 포드의 조직문화는 사업부간 긴밀히 연결되는 협력적 문화로 탈바꿈했습니다. 델타와 포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의 위기는 사업의 본질 그 자체를 개선시켜야만 극복될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는 그에 따라 변화하는 종속변수일 뿐이죠.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 구축과 전략의 변화를 통해 기업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많은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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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실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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