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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업은 안녕하십니까? 기후변화의 시기에 우리가 ‘대처해야 할 문제’들은?
2017-04-06 | 고승연 에디터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오늘은 다소 어렵고 딱딱한 주제, 어찌 보면 경영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바로 기후변화 혹은 자연적 상황 변화에 대처해야하는 농장에 대한 스토리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최근 실린 ‘가뭄에 대처하기’라는 제목의 케이스 스터디입니다. 물론 실제 스토리를 가공한 ‘가상의 케이스’입니다. 가족경영 농장을 운영하는 피트 워커라는 사람이 자신이 가진 농장 ‘워커팜스’의 농지를 계속 경작해야할지, 토지를 임대해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내야할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피트가 운영하는 가족농장 자체에 대해서 좀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4년 전 피트는 세 누이와 두 형제들이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가운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는 농장의 CEO가 됐습니다. 하지만 피트의 조카들 즉 세 누이와 두 형제의 자녀들에게까지 수익이 돌아가도록 ‘자금을 신탁’한 동등한 주주들이었습니다. 즉 피트가 CEO라고 해서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순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현재 피트의 농장이 처한 상황은 상당히 심각합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피트 농장에 주는 ‘지표수 할당량’이 ‘제로’가 됐습니다. 사실 가뭄이 잦아지면서 피트 CEO는 지하수를 퍼올리는 우물 등을 만들기 위해 돈을 투자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지난 세 번의 경작기 동안 6000에이커의 농지를 묵혀야했고, 피트는 올봄에도 같은 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피트가 또 다시 비효율적인 ‘우물파기’에 ‘올인’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그 때 두 가지의 대안이 나타납니다. 하나는 인근에 있는 캘리포니아의 최대규모 변전소와 계약해 25년 동안 농지의 한 구획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땅을 빌려주는 거죠. 지금처럼 가뭄에 물대는 문제로 고민할 필요 없이 토마토 재배와 동일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겁니다. 또 다른 대안은 ‘유기농 농산물’ 재배입니다. 이 경우 물은 역시나 계속 필요해서 끊임없이 방법을 찾아야하는 문제는 있지만, 수익성이 훨씬 좋아지게 됩니다. 3년동안 땅에 농약을 뿌리지 않아야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본의 아니게 휴경지 6000에이커가 존재했던 워커팜스는 이 자격조건이 됐던 겁니다. 이제 피트는 이 고민을 가족회의이자 이사회인 가족간 모임에서 공유합니다. 형제자매들은 모두 기온이 오르고 기후패턴이 더욱 변덕스러워지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워커팜스를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어떤 대안을 택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형제 중 ‘우물을 더 많이 파자’면서 지금과 같은 비즈니스를 유지하자고 제시했고, 어떤 여자형제는 25년간 변전소에 땅을 빌려주는 안에 찬성했습니다. 또 다른 형제는 유기농 작물로의 전환을 제안했습니다. 가족들 사이에서마저 의견이 갈리자 피트 워커 CEO의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아시다시피 HBR케이스스터디에서는 어떤 결론을 미리 내리거나 정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경영에 정답이 없기 때문이죠. 대신 대립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나란히 싣습니다. 먼저 킴 모리슨이라는 글로벌 블루스카이 워터파트너스라는 물 관련 비즈니스 회사의 임원은 단기적으로는 태양광 발전회사에 6000에이커의 농지를 임대하라고 조언합니다. 훨씬 유연한 전략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겁니다. 만약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지 않아서 가뭄이 끝난다면, 언제든지 다른 토지를 구입하거나 빌릴 수 있다는 거지요. 25년간 임대해준 땅에서는 그대로 수익을 내고 다른 땅을 구입하는 데에 투자하면 또 농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해서 가뭄이 계속 이어진다면 피트 입장에서, 워커팜스 입장에서는 위험을 모면한 셈이 된다는 겁니다. 킴 모리슨은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조언도 합니다. 워커팜스의 운영방식을 재고하라는 거지요. 모든 형제자매에게 이사회 자리를 내주고, 대대로 여러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형태로는 계속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가 보기에 이 농장은 경영 자본 확충에 도움이 되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만큼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규모도 큽니다. 좀 더 전문적인 비즈니스로 거듭나라는 조언입니다. 하지만 실제 농장을 운영하는 켄 라그란데는 조금 다른 조언을 합니다. 지표수 할당에 관한 주 정부의 규제나 정책을 바꾸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라고 먼저 조언합니다. 기후변화의 시기일수록 공공재인 물을 나눠쓰는 모든 행위는 정책이나 규제와 연결돼 있고 이를 ‘비시장 전략’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유기농 전환은 좋은 땅, 허가받을 수 있는 땅에 하고 질이 안 좋은 땅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협상을 벌여서 둘 다하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HBR케이스스터디에 실리는 내용이 대부분 미국 사례이고, 특히 비즈니스화된 큰 경작지를 관리하는 농업은 다분히 미국적인 것이기에 한국에 있는 분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내용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단순히 대형 농장을 가진 미국적인 사례 하나로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비즈니스는 바로 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심지어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전자제품 제조업 역시 해외에 있는 공장에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나 해일이 닥치면 곧바로 문제가 생길 정도니까요. 이 비즈니스 케이스에서 피트의 형제 중 한 명은 ‘가뭄이 계속되는 상황’을 ‘기후변화로 인한 뉴노멀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의 시기에 이 사례는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해줍니다. 무엇보다 현재 혹은 미래에 기후변화가 우리 업종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가늠해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지만, 다른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 비시장 전략의 중요성입니다. 기후변화는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이슈입니다. 정부와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이슈입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환경운동가를 사외이사로 초빙해서 전략을 수립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비시장분야로까지 시야를 넓혀야 보다 종합적인 대책 수립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옵션, 즉 급격한 환경 변화에서도 생존을 보장해줄 수 있는 대안 마련의 중요성입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 시나리오도 미리 고민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HBR케이스를 통해 여러분들도 조직내에서 이 기후변화와 같은 큰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보는 계기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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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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