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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고객을 잡고싶다면?_02
2017-07-20 | 김현진 에디터

안녕하세요, 김현진입니다. 지난 강의에선 고객의 구매 결정이 얼마나 습관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내려지는지 설명했다면 이번엔 이러한 구매 습관이 형성한 ‘누적우위’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할지, 그 필수원칙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진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초반에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창립자 브루스 헨더슨은 경험곡선의 논리를 강조하는데요, 한 기업이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이 늘어날수록 그 기업은 해당 제품에 대해 좀 더 비용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헨더슨은 경험곡선이 시작되기 전, 즉 제품의 출시 초기에 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해서 충분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 기업은 비용을 낮추고, 상대적 점유율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P&G가 내놓은 브랜드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세제, 타이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세탁기에 이 제품을 사은품으로 끼워놓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이용 습관을 형성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이렇게 초반에 인기를 확보한 덕에 지금까지도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사실 무료 샘플을 뿌리는 전략은 마케팅 담당자들의 단골 기법입니다. 잘 이베이 구글 트위트 인스타그램 우버 등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에서 소위 ‘대박’을 친 업체들은 모두 무료 혜택을 통해 고객의 습관을 형성하는데 초기 전략을 집중했습니다. 일단 습관을 들이게 되면 공급자나 광고주가 기꺼이 돈을 쓰게 된다는 장기 플랜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누적우위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원칙 두 번째는 습관을 디자인하라는 것입니다. 기업이 최상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반사적으로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페이스북이 좋은 예입니다. 페이스북의 진정한 경쟁우위는 고객의 습관을 형성한 데 있습니다. 일관된 디자인에 집중한 페이스북은 이제 10억 명의 사용자들이 업데이트를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SNS 사이트로 갈아타려면 먼저 강력한 페이스북 중독에서 벗어나야 할 지경이 된 것입니다. 스마트폰 파고를 넘지 못하고 쇠락하고 말았지만 과거 블랙베리는 전성기 시절에 좋은 습관을 형성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블랙베리 창업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진동이 느껴지면 블랙베리를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고, 미니 키보드로 답장을 보내는 일련의 행동을 최대한 중독적인 습관으로 만들 요량으로 기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사용하는 습관이 어찌나 중독적이었으면 블랙베리가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에 밀려난 이후에도 골수 팬들은 새 시스템에 적응하기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회사 측에 간청해 이전 세대 블랙베리를 모방한 새 제품을 내놓게 했습니다. 하지만 습관을 형성케 하는 일이 쉽지는 않죠. 습관을 디자인할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먼저 제품의 디자인적 요소들이 일관성을 지키도록 해 소비자들이 멀리서 봐도 제품을 식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타이드의 밝은 주황색 용기, 도리토스의 로고처럼 특징적인 색과 형태를 적용하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제품이 일상 환경 속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해, 사람들이 그 제품을 자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P&G가 섬유탈취제 페브리즈를 선보였을 때 소비자들은 이 제품의 용기가 유리창 닦는 세제처럼 생겨서 싱크대 하부장 안에 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싱크대 아래에 자리잡게 되면 사용 빈도가 낮아지고 사용습관도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P&G는 페브리즈는 싱크대 조리대 위에 둬도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변경했고,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습관이 형성되자 실제 매출도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누적우위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원칙 세 번째는 브랜드 내부에서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각오하고 재런칭, 리패키징, 리플랫폼 프로젝트를 실시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도는 자주 실패합니다. 소비자들이 기존 습관대로 행동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누적우위를 성공적으로 구축해온 기업들도 이런 측면을 무시하다가 실패를 경험한 경우도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타이드 세제가 좋은 예입니다. 수십 여 년간 누적우위를 쌓아온 타이드는 액체세제 개발 트렌드에 발맞춰 1975년, ‘이러’라는 신규 브랜드를 선보였는데 이 제품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타이드라는 브랜드명과 소비자 사이에 강한 유대 관계를 뒤늦게 깨달은 P&G는 1984년, ‘리퀴드 타이드’란 이름으로 액체 세제를 다시 내놓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 제품은 액체세재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 P&G는 표백제가 첨가된 신제품에는 ‘타이드 플러스 블리치’를, 찬물에도 잘 녹는 혁신적인 신제품에는 ‘타이드 콜드워터’라는 이름을 붙이고 제품 디자인 역시 전통적인 밝은 주황색과 과녁 모양 로고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누적우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누적우위를 구축하기 위한 원칙 마지막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단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삼성 갤럭시 S5광고를 예로 듭니다. 광고는 평범하게 생긴 스마트폰들이 방수가 되지 않아 고장나거나, 어린아이가 실수로 문자를 보내 난처한 상황이 생기고,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데 애를 먹는 장면을 짧게 연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이후 앞서 보여준 스마트폰과 모양이 비슷한 삼성 S5??의기양양하게 보여주며 이런 단점들이 극복됐다고 설명합니다. 의식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느리게 생각하기’, 잠재적이고 습관적인 의사결정은 ‘빠르게 생각하기’라고 명명한다면 이 광고는 ‘느리게 생각하기’ 모드에 있는 시청자들을 겨냥한 것입니다. 찬찬히 광고를 본 시청자 중에 일부는 S5가 다른 스마트폰과 차별화되고 더 뛰어나다는 메시지에 설득당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빠르게 생각하기’를 하는 대부분의 광고 시청자들은 오히려 이 세 가지 요소를 S5의 단점으로 연결시켰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합니다. 즉, 시청자들이 구매 결정을 내릴 때 ‘방수도 안되고, 툭하면 엉뚱한 문자를 보내고, 배터리를 갈아 끼우기 번거로운 저 제품은 안돼’라는 잠재의식의 설득에 휩쓸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정신상태는 게으르고, 복잡한 것을 꺼립니다. S5의 경우에도 차라리 방수 기능만 부각해서 보여줬다면 직관적으로는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을지 모른다고 연구진은 지적합니다. 요약하면 기업들은 고객에게 제안하는 가치가, 무의식적으로 고객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혁신적이긴 하지만 낯설어서 새로운 습관을 기르기 쉽지 않은 제품보다 접하기 쉽고 구매 습관을 자연스럽게 강화해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빠르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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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HBR Kore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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