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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여정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016-02-18 | 김남국 에디터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소비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최저가 제품을 찾아내 집까지 배달을 시키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 과 소비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등 치열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강력해진 소비자에 끌려가면서 어쩔 수 없이 대응하는 기업들이 많은 게 현실인데요, 그런데 일부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오히려 소비자들을 더 쉽게 포섭하고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HBR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요, 선제비티라는 미국 태양열 에너지 전문기업은 단독주택에 태양열 패널을 파는 회사입니다. 대부분 주민이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정부의 지원도 많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주는 기업이 미국에는 많은데요, 이 회사는 독특한 방법으로 고객들을 효과적으로 포섭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 회사는 고객에게 ‘태양열 패널로 에너지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란 메일을 고객에게 보냅니다. 구글 어스 이미지를 활용해 고객 집의 지붕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합성 사진을 보여주면서 지붕 면적과 각도, 집 크기 등을 고려해서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을 때 에너지 비용이 현재 얼마에서 얼마로 줄어들 수 있다는 추정치도 알려줍니다. 고객이 메일을 읽다가 관심을 갖게 되면 클릭 한 번 만으로 선제비티의 영업사원과 실시간으로 연결이 되구요, 이 영업사원은 고객의 의문 사항을 즉각 해결해줍니다. 이틀 뒤 선제비티는 근처 주택 소유주 가운데 추천인이 돼주기로 한 사람의 연락처를 고객에게 보내줍니다. 고객들끼리 통화를 하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를 더욱 갖게 되구요, 온라인 상에서 전자서명으로 구매를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선제비티는 당국 허가 및 설치 과정을 온라인에서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구요, 설치 후에도 에너지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고 있는지에 대한 리포트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선제비티의 서비스를 경험했던 필자는 “구매와 설치, 사용 등의 고객 여정에 선제비티에 한 번 포섭되고 나서는 다른 경쟁사 제품을 고려해볼 틈을 찾을 수 없었다고 증언합니다. 인터넷 덕분에 소비자가 강력한 힘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기업이 이렇게 대응한다면 얼마든지 충성도 강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소비자의 구매 여정, 즉 customer journey를 수년간 연구해왔습니다. 과거에는 이동통신사의 약정 기간을 성정하고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고객을 강압적인 수단으로 묶어두려는 기업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선제비티 사례처럼 이제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과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고객을 묶어놓는 현명한 기업들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맥킨지 컨설턴트들은 강조합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고객 여정을 잘 설계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키워드가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자동화입니다. 보통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이용해 음악 감상을 하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 온라인 계정을 만들어야 하고 스피커와 컴퓨터 사이를 선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노스라는 회사는 버튼만 누르면 무선 스피커로 연결이 되고, 모바일 기기로 가입과 이용을 모두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고객을 포획하고 있다는군요. 특히 가입과 이용 과정이 매우 불편한 서비스가 많은 한국적 현실에서 중시해야 할 키워드입니다. 또 개인화도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로레알의 메이크업 지니어스라는 앱이 이런 측면에서 아주 뛰어납니다. 고객들은 친구로부터 추천을 받아 앱을 다운받게 됩니다. 고객은 앱을 내려받고 실행하면 얼굴을 스캔하게 됩니다. 이후 개별 제품을 바른 후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면서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 가상으로 메이크업이 완성된 얼굴도 볼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하면 간단한 조작으로 판매업체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유사한 취향을 가진 다른 사람의 추천 내용도 확인할 수 있고 로레알 측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스타일도 추천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객은 재구매하게 됩니다. 앞서 태양광 패널 업체 선제비티와 유사하게 고객이 옴짝달싹 못하게 해당 제품에 몰입하게 되는 구조를 갖춘 셈입니다. 고객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량도 중요합니다. 스타우드 호텔은 투숙객이 호텔로 들어가는 순간 방 번호를 문자로 전송해주고 휴대폰으로 객실 문을 열 수 있으며 적절한 시간대에 식당이나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제공해줘 고객 만족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또 이러한 고객 여정을 지속적으로 혁신해나가는 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소비자들이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지만,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디지털 기술을 무기로 활용해 고객을 포섭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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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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